LG의 2년차 우완투수 임찬규가 딜레마에 빠졌다.
올 시즌 임찬규는 선발투수로 전환했다. 작년 LG 불펜의 핵으로 자리하며 신인 투수들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임찬규는 시즌 막판 선발투수로 등판하면서 보직 전환을 예고했다. 사이판 1차 전지훈련부터 선발투수에 맞는 체력 훈련에 집중했고 결정구를 장착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일단 지난 두 차례의 선발 등판만 놓고 보면 일장일단이 보인다. 임찬규는 총 9이닝을 소화하며 18피안타 10실점(9자책점)을 기록했는데 꾸준히 연습한 체인지업이 효과적으로 구사됐지만 반대로 직구 구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시속 140km 중반대를 형성했던 직구 구속이 130km대 후반으로 떨어졌고 로케이션도 다소 높게 형성됐다.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즐겨하는 임찬규에게 직구 구위하락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구위하락의 원인은 체력이다. 임찬규는 아직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에 맞는 체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17일 한화전을 돌아보면 3회까지 2실점했지만 직구 제구가 잘 이뤄졌고 체인지업과 커브의 각도 좋았다. 타선이 대량 득점을 뽑아줬기 때문에 선발 첫 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경기 흐름이었다.
그러나 체력이 임찬규의 발목을 잡았다. 4회 투구수가 50개를 넘어가면서부터 직구가 높이 뜨기 시작했고 힘도 잃었다. 구속이 좀 더 빨랐다면 먹힌 타구로 범타가 나올 수 있었지만 모두 안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장성호에게 맞은 역전 적시타도 지난 시즌 구원으로 뛸 때의 직구였다면 범타로 처리될 타구였다.
임찬규 역시 자신의 문제를 통감하고 있다. 임찬규는 “타자를 상대할 때 완급조절을 해야 할지 그냥 전력투구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한화전 같은 경우 경기 초반에는 그냥 직구 위주로 던지며 밀어붙였는데 초반 결과는 좋았지만 이후 공에 힘이 붙지 않았었다”며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체인지업을 던질 때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직구 사인이 났을 때는 움츠려들게 됐다. 체인지업을 던지다보니 이상하게 커브의 각도 줄어들었고 직구 구위도 약해졌다. 선배님들 마다 다른 조언을 해주시는 데 직접 경험하면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궁리했다.
임찬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 코치는 임찬규가 이제 막 선발투수로 전향했고 이미 지난해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구위를 증명한 만큼 경험이 쌓일수록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 믿고 있다.
실제로 시즌 전 차 코치는 “임찬규가 이제는 체인지업을 능숙하게 던질 줄 안다. 일단 구위가 좋은 투수기 때문에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올 시즌 12승 정도는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차 코치가 임찬규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상황에 맞게 전력투구에 임하고 구속 보다는 낮게 공을 던지는데 신경 쓸 것. 그리고 투구 후 마운드에서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임찬규는 기본적으로 적응이 빠른 투수다. 고졸 1년차부터 프로무대에 적응해 불펜에서 활약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줄도 안다.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능숙하다.
임찬규는 “선발투수라면 류현진 선배님처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류현진 선배님은 상황에 맞게 전력투구하신다. 주자가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구위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차 코치 역시 임찬규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차 코치는 “첫 번째 선발 등판에서는 잘 했고 두 번째는 못했다. 그럼 이제 다시 잘 할 차례다”고 임찬규의 등을 두드렸다.
임찬규는 이미 해답을 손에 쥐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확실하게 안다. 물론 당장 류현진처럼 능숙한 경기운용 능력을 보일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전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래도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높다. 올 시즌은 임찬규에게 의미 깊은 시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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