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연기 포기하려던 순간, 이 시 읽고 힘내"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4.22 17: 32

배우 박해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시 한편을 읊어줬다.
박해일은 26일 개봉하는 영화 '은교'(정지우 감독)에서 70대 노시인으로 출연한다. 실제 그에게 남다른 시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박해일은 조용히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시를 한 편 보여줬다. 유달영 시인의 '젊은 하루'다. 박해일은 천천히 그 시를 읋기 시작했다.

"그대 아끼게나 청춘을. 이름없는 들풀로 사라져 버림도. 영원에 빛날 삶의 광영도. 젊은 시간의 쓰임새에 달렸거니. 오늘도 가슴에 큰 뜻을 품고 젊은 하루를 뉘우침 없이 살게나." 시를 읊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이어 시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연극 초년병 시절, 아동극을 하다가 성인극을 하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포스터를 열심히 붙였어야 했죠. 서울 5개구를 돌아가며 붙였어야 했어요. 광화문에서 한 언론사 앞에서 붙이는데 한여름이거든요. 너무 탈진할 것 같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왜 해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너무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 때 뒤를 돌아봤을 때 백상기념관 갤러리에서 작품 전시를 한다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평소 작품 전시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 전시를 하는구나..에어콘을 빵빵하게 틀겠지'란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부 포스터를 들고 거기로 들어갔어요. 무료더라고요. 굉장히 시원했어요. 땀부터 식히고 나니 좀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하나 하나 보다 2층까지 올라갔어요. 2층에 액자에 담긴 시 한구절이 보이더라고요. 그게 이 시였어요..읽고 '그래. 더 해보자. 청춘인데'란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계속 여기까지 오게됐고..그래서 제겐 굉장한 남다른 시에요."
영화 속 이적요처럼 직접 시를 쓰기도 하냐는 질문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치며 웃어보였다.
한편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소녀의 싱그러움에 매혹 당한 70세 위대한 시인 이적요(박해일), 스승의 천재적 재능을 질투한 35세 제자 서지우(김무열), 위대한 시인을 동경한 17세 소녀 은교(김고은),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세 사람의 욕망과 질투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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