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난타전'은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올드트래퍼드에서 상영된 '에버튼 극장'은 맨유에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22일(한국시간) 밤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맨유와 에버튼의 경기는 난타전 끝에 4-4 무승부로 끝났다. 웨인 루니 2골-루이스 나니 1골 2도움-대니 웰벡 1골 2도움을 기록한 맨유와 니키차 옐라비치 2골-마루앙 펠라이니 1골 1도움-스티븐 피에나르 1골을 기록한 에버튼의 경기는 말 그대로 빗 속 혈전이었다.
에버튼은 초반부터 맨유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4분 옐라비치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리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옐라비치에 이어 레온 오스만 역시 비슷한 코스에서 슈팅을 때려내며 맨유의 골문을 위협했다.

에버튼의 공세에 당황한 맨유는 페이스를 잃었다. 특히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전반 내내 실뱅 디스탱에게 완전히 가로막히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수비에 방점을 두고 옐라비치와 오스만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한 에버튼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게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전반 맨유가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한 이유였다.
그러나 맨유는 후반 루니와 나니-웰벡을 앞세워 에버튼의 수비를 뒤흔들었다. 맨유는 이들 셋이 4골 4도움을 연출하며 4-2로 앞섰지만 후반 막판 집중력을 잃고 에버튼에 연속골을 허용, 4-4 무승부에 그쳤다. 비록 20년 동안 올드트래퍼드에서 에버튼에 무패를 기록했던 맨유의 기록은 깨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패배보다 뼈아픈 무승부가 아닐 수 없었다.
이날 날카로운 슈팅 감각을 보여주며 꾸준히 맨유를 위협했던 옐라비치가 결국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3분 대런 깁슨이 골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옐라비치가 각이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를 훌쩍 넘겨 골대 오른쪽으로 빨려들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맨유는 곧바로 역습에 나섰다. 전반 34분 폴 스콜스가 강렬한 중거리 슈팅으로 에버튼의 골문을 두드렸다. 수비수를 연속으로 맞으며 굴절된 공은 팀 하워드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하지만 맨유에는 루니가 있었다. 전반 40분 나니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정확히 골키퍼 정면으로 이어졌다. 필 네빌과 자리 다툼을 하던 루니는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머리로 밀어넣어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1-1로 전반전을 마친 두 팀의 경기 양상은 후반 급격하게 바뀌었다. 후반 11분 나니가 헤딩으로 이어준 크로스를 웰벡이 오른발로 완벽하게 감아차 에버튼의 골망을 흔들었다. 폭풍같은 후반전의 시작을 예고하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승기를 잡은 맨유는 후반 15분 다시 한 번 웰벡과 나니 콤비가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올드트래퍼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웰벡이 아크 정면에서 이어준 패스를 나니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인시킨 것.
여기에 후반 24분 웰벡이 오른쪽에서 찔러준 패스를 루니가 그대로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팀의 4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에버튼의 올드트래퍼드 잔혹사가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에버튼은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21분 토니 히버트의 크로스를 펠라이니가 환상적인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여기에 후반 37분과 39분 옐라비치와 피에나르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승부를 4-4 원점으로 만들었다.
4-2에서 4-4까지 추격당한 맨유는 발렌시아 대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투입하며 결승골을 노려봤지만 더 이상의 극적 드라마는 없었다. 추가시간 리오 퍼디난드가 골문 앞에서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지만 하워드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며 결국 두 팀은 더 이상의 추가득점 없이 4-4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편 박지성은 이날 경기 교체명단에 포함되었지만 출장하지 못하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데 만족해야했다. 이로써 박지성의 연속 결장 기록은 7경기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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