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2시즌을 감수한 재임 기간이었으나 스트레스도 심했을 2년. 그러나 창단 첫 우승으로 인해 그간의 마음 고생을 보상받으며 ‘형님 리더십’도 재평가 받았다. 이상범(43)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이 3년 재계약에 성공하며 농구 인생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인삼공사는 지난 22일 “이 감독과 계약기간 3년에 지난해 보다 1억 원이 오른 연봉 3억5000만 원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대전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인삼공사의 전신인 SBS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년을 한 팀에서 몸담으며 선수, 코치, 감독대행, 감독을 모두 역임하고 있다.
2008~2009시즌 개막 직전 갑작스레 퇴임한 유도훈 현 인천 전자랜드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으로 전신 KT&G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주희정(SK)-마퀸 챈들러 콤비를 축으로 캘빈 워너, 양희종, 김일두, 이현호(전자랜드) 등을 코트에 투입하며 초중반까지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해 KT&G는 워너의 대마초 흡연에 이은 퇴출과 주전들의 잇단 부상 여파로 인해 29승 25패로 플레이오프 탈락 비운을 맛보았다. 창원 LG, 전자랜드와 동률 전적이었으나 공방 끝에 결국 세 팀 중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쳤고 이후 주희정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술, 양희종, 김일두의 잇단 군입대로 암흑기가 찾아왔다.
정식 감독으로서 첫 해인 2009~2010시즌 정통 센터 나이젤 딕슨을 축으로 개막을 맞이했으나 열악한 선수층으로 인해 16승 38패(8위)에 그쳤던 이 감독. 팀이 인삼공사로 간판을 바꾼 2010~2011시즌 신인 1순위 박찬희와 2010년 딕슨을 부산 KT로 보낸 반대급부로 얻은 2순위 지명신인 이정현이 가세했으나 팀 순위는 9위(16승 38패)에 그쳤다.
그동안 이 감독은 스스로 마음고생이 심한 가운데서도 팀의 패배를 안타까워하기보다 선수들이 열성적으로 뛰지 않을 때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때를 기다렸다. 분전하다 패한 경기서 이 감독은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패한 것은 내 전략의 불찰”이라며 선수들을 감싸면서도 선수들의 패기가 보이지 않는 경기 후에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며 독설도 아끼지 않았다.
보듬어야 할 때 보듬어주고 다그쳐야 할 때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이 감독. 구단에서도 당장의 성적을 보기보다 큰형님처럼 팀을 돌보는 이 감독을 믿고 중도퇴임 조치 없이 세 번째 시즌도 그대로 맡겼다. 그리고 2011~2012시즌 주력 선수들이 복귀하고 슈터 김성철, 신인 1순위 오세근 등 베테랑-신예 선수들이 조화되면서 팀의 창단 첫 우승이라는 파란으로 이어졌다.
팀 성적은 판이했으나 2011~2012시즌에도 선수들에 대한 이 감독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수층이 두꺼워져 출장 기회가 줄어든 선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코트에 나가면 열심히 뛰어주는 우리 선수들이 모두 고맙다”라면서도 이 감독은 어이없는 경기력이나 상대에게 추격권을 허용해 고전했을 때 “투지가 갖춰져 있지 않다.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며 다그쳤다. 선수단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선수로 시작해 감독으로 우승하기까지 20년을 재직한 팀. 이 감독은 선수들을 자신의 전략 이식대상으로 보기보다 함께 분투하는 농구 후배들로 바라보고자 했다. 2년 간의 암흑기를 청산하고 비로소 황금기를 맞이한 이 감독. 그의 새로운 세 시즌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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