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의 발견, 두산 2루 공백은 없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3 06: 15

“야구를 예쁘고 똘똘하게 하잖아. 나는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오지환(LG)보다 저 녀석 더 높게 본다고”.
주전 유격수 손시헌 이후를 위해 미래를 보고 지명했던 카드. 지금은 자신의 본 포지션이 아닌 대체자로 나서고 있으나 활약이 알차다. 두산 베어스의 ‘포스트 손시헌’으로 꼽히는 4년차 내야수 허경민(22)이 이제는 2루수로서 팀의 구멍을 메우고 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9년 두산에 2차 1순위로 입단했던 허경민은 고교 시절 화려함이 덜했을 뿐 수비 안정성 면에서는 또래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입단 후 3년 간 경찰청 복무 2년을 포함해 2군에서만 활약했으나 그동안 타격과 주루 면에서 대단한 성장세를 보인 허경민은 올 시즌 10경기 3할3푼3리(15타수 5안타, 23일 현재) 2타점 2도루로 활약 중이다.

특히 허경민이 최근 본 포지션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알찬 활약이다. 주전 2루수 오재원이 종아리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뒤 고영민마저 시즌 첫 홈런을 얻은 대신 등 근육통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그 와중에서 허경민은 자기 포지션이 아닌 2루 자리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경기 내용이 더욱 좋은 점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18일 삼성전 9회 무사 1루서 허경민은 채태인의 땅볼을 잡아 1루 대주자 강명구를 포스아웃시키기 위해 그대로 글러브에서 공을 토스해 유격수 손시헌에게 연결하는 기민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비록 아웃 판정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허경민의 순발력과 재치를 알 수 있던 장면이다.
타격도 장타력만이 아쉬울 뿐 컨택 능력이 빼어나다.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서 허경민은 3회초 중견수 방면 안타로 팀의 선취점 주인공이 되었다. 이날 경기서 삼진 2개를 얻기는 했으나 허경민은 지난해 2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오면서도 삼진을 8개 밖에 당하지 않았을 정도로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 도루 1위(39도루) 주인공도 허경민이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전 허경민에 대해 “외야 부업을 시켜서라도 꼭 1군에 붙어있게 하고 싶은 유망주”라며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 허경민이 고영민, 오재원의 잇단 부상으로 공석이 된 2루를 믿음직하게 맡고 있으니 감독 입장에서도 뿌듯할 수 밖에 없다. 김승영 사장은 허경민의 플레이를 바라보며 “고교 시절부터 야구를 예쁘게 한다는 평이 자자했던 선수다. 내게 허경민은 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보다 더욱 대단한 선수”라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유순한 인상의 허경민이지만 그는 야구 욕심이 대단한 선수다. 동기생 세 명이 먼저 1군 무대를 밟고 팀의 주축 선수가 된 데 대해 질문하자 허경민은 더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의 장점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이기고 싶다’라고 답한 바 있다. 입단 당시부터 본 허경민은 야구 외적으로 지켜볼 만 한 구석이 정말 많았다. 왜 팀 내 관계자들이 허경민을 예뻐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정말 배울 점이 많아요. 지환이는 지난번 시범경기에서 보니 정말 핸들링이 좋아졌더라고요. 상수는 민첩한 동작을 바탕으로 넓은 수비범위를 보여주고 있고. 치홍이는 타격 면에서 확실한 믿음을 심어놓은 것 같아요. 그에 반해 전 아직 후발주자니 친구들의 장점을 다 배워야지요. 그래서 나중에는 제가 다 이기고 싶어요”. 허경민이 먼저 앞서 간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 그의 대답을 들으며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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