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무리시키지 않겠다’라는 마음은 같다. 그러나 팀 상황과 시즌 운용을 돌아봤을 때 재활 중인 투수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선수들에게 취하는 조치는 판이하다. 감독으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과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재활 투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미묘하게 다르다.
김진욱 감독의 두산은 지난 17일 주장인 외야수 임재철과 함께 우완 김상현(32)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김상현은 지난해 말부터 5선발 후보로 꼽혔으나 시즌 말엽 오른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인해 전지훈련 기간 동안은 재활조에서 훈련했다. 1군 개막 시점부터 2군에서 계투로 뛰었고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서 1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였으나 김진욱 감독은 그를 섣불리 계투로 쓰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아직 김상현은 ‘재활 투수’다. 불펜진에 선수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인 김창훈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내린 것이다. 김창훈이 오버페이스였다가 쭉 페이스가 내려가는 바람에 구위와 제구력을 충전할 시간을 준 것이다. 김상현이 어쩔 수 없을 때 나갈 경우가 생긴다면 몰라도 계투진에서 중임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재활 막바지에 접어든 투수다”.

지난 2010년 왼 정강이 골지방종 수술로 한 시즌을 완전히 날려보냈던 김상현은 지난해 시범경기 막판 어깨 근력과 팔꿈치 상태가 100%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서 1군에 콜업된 바 있다. 투구 내용이 좋아 4월 한 달간 거의 계투진 전천후로 나섰던 김상현은 결국 과부하 현상으로 인해 머지 않아 2군에 내려갔던 바 있다. 당시 2군 투수코치로 재직해 김상현의 빠른 1군 진입을 만류했던 김진욱 감독은 당시를 복기했다.
“국내에서 재활한 선수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했다. 내심 시범경기 때 1군으로 올리면서 ‘맛보기 피칭을 하고 열흘 정도 2군에서 조정 기간을 거친 뒤 올라가면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시범경기에서 너무 잘 던져 계속 1군에 있었던 김상현이다. 결국 조금 더 빨리 올렸다가 과부하 현상을 일으킨 전력이 있어서 지금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다”.
두산 재활군에서 가장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는 바로 셋업맨 정재훈(32). 지난해 11월 4년 28억원 FA 계약을 맺었던 정재훈은 지난 시즌 어깨 회전근 부상 전력으로 인해 차근차근 재활 단계를 거치고 있다. 현재 불펜 전력 투구 대신 하프피칭과 50m 롱토스 과정을 거치는 데다 2군 실전 투입 시기 등을 고려하면 1군 콜업 여부는 5월 달이 되어봐야 가늠할 수 있다. 김진욱 감독은 “정재훈을 무리하게 1군으로 불러올리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김상현과 마찬가지로 100%가 되었을 때 실전에 투입한다는 주의다.
반면 김기태 감독은 좌완 에이스 봉중근(32)과 왼손 선발 유망주 이승우(24)에게 재활 병행과 함께 출장 기회 속에서 감을 찾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봉중근은 지난 11일 롯데전서 1이닝 1탈삼진 삼자범퇴를 기록한 뒤 2군에서도 1이닝 씩 던지고 있다. “1이닝 30구 이하로 봉중근의 감을 찾게 해주고자 한다”라는 것이 봉중근에 대한 김기태 감독의 전략이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이렇게 빨리 실전에 투입되는 케이스는 동산고 시절 류현진(한화)의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현재 LG 투수진은 경험 많은 투수 한 명의 존재가 더욱 절실한 팀이다. 류택현, 이상열 베테랑 좌완이 포진하고 있으나 류택현은 1년 넘게 실전 공백기를 가졌던 투수다. 비상시에는 봉중근이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계투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게다가 LG는 파격적인 신연봉제를 시행 중인 팀이다. 토미존 서저리 재활의 정설대로 봉중근의 팔꿈치 재활을 ‘실전 없이 1년 8개월’로 잡는다면 올 시즌 연봉 1억5000만원으로 깎인 봉중근이 내년 1억원 미만의 연봉을 받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김기태 감독은 봉중근 개인을 위해서도 ‘실전과 재활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장원삼(삼성), 류현진 등 에이스 저격수가 되며 LG 선발진 희망봉이 된 좌완 이승우도 경찰청 복무 시절이던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전지훈련 대신 경남 진주 잔류군에서 재활한 투수다. 다행히 이승우는 봉중근처럼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케이스가 아니라 재활 마무리 단계에서 한계 투구수를 늘려가는 쪽으로 경기 출장 중이다. 이승우의 시즌 성적은 2경기 10⅓이닝 평균자책점 0(23일 현재)으로 뛰어나다.
장충고 시절부터 이승우는 공이 빠르지 않은 대신 힘찬 투구폼의 리듬이 좋아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던 유망주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 2군 감독을 지냈던 만큼 2010년 경찰청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하던 이승우의 가능성과 투구 리듬을 알고 있다. 그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만큼 김기태 감독은 이승우가 단 두 경기서 잘 던지고 있다고 무리시키기보다 투구수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한 팀은 재활투수를 ‘내일의 도움닫기’를 위해 최대한 아끼려하고 있으며 다른 팀은 투수가 절실한 팀 상황 상 출장 기회를 주는 대신 무리한 지시는 내리지 않고자 한다. 서로 다른 노선이지만 투수의 미래를 지켜주겠다는 마음은 같다. 그러나 팬들은 그 결과로 ‘재활 투수 관리’를 논하게 마련. 잠실벌 두 감독들의 ‘재활 투수론’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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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감독-김기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