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힘이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
넥센은 11경기를 치른 23일 기준 5승6패로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아직 시즌 초반일 뿐이지만 넥센은 확실히 지난해 최하위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경계해야 할 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마운드 중심의 팀컬러를 보였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타력에서도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가 남부럽지 않은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방망이는 믿을 수 없다는 속설처럼 넥센을 조용히 이끌고 있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넥센의 든든한 선발투수들이다.

넥센 선발투수의 지난해 경기당 소화 이닝은 SK 다음으로 가장 적은 약 4.85이닝에 불과했다. 퀄리티 스타트도 133경기 중 44경기에 그쳤다. 규정이닝(경기수X1)을 채운 투수는 브랜든 나이트(172⅓이닝) 한 명밖에 없었다. 김영민, 금민철 등 선발 기대주들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그러나 올해 넥센 선발진은 출발이 좋다. 11경기 동안 넥센 선발이 소화한 이닝은 총 67이닝. 선발이 5회를 채우지 못한 것은 한 번(문성현, 3⅔이닝)에 불과했다. 11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가 7경기로 8개 구단 선발 중 가장 많아 질적으로도 내실을 자랑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넥센의 선발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1선발 에이스 나이트다. 지난해 1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고도 7승15패에 그쳤던 나이트는 올해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37로 활약하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타선의 도움도 지난해와 달라 득점지원률이 7.32점에 달해 불운의 이미지를 벗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부진, 팀의 속을 태웠던 새 외국인 좌완 앤디 밴 헤켄은 시즌 들어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2.19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큰 키에서 오는 높은 타점과 변화구 제구력이 장점이거니와 드문 외국인 좌완이라는 매력을 갖고 있다.
'국산 영건'들도 선전하고 있다.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강윤구는 첫 등판이었던 11일 목동 SK전에서 6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13K 탈삼진쇼를 펼쳤다. 17일 목동 KIA전에서는 6이닝 2실점했으나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둔 윤석민과의 대진으로 패를 안았다.
문성현은 3⅔이닝 5실점, 6⅔이닝 4실점, 7이닝 3실점으로 점차 안정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개막전 2선발로 꼽힐 만큼 코치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선발진의 마지막 축인 심수창은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5이닝 3실점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불펜 난조로 승을 날렸다.
지난해 중반까지 넥센은 송신영, 이보근, 오재영, 손승락 등 불펜이 탄탄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지난해 넥센 선발 평균자책점(4.97)은 구원(3.62)보다 높았다. 그러나 올해 넥센 선발 평균자책점(3.63)은, 선발진이 구원진(4.50)보다 훨씬 안정감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김시진 감독은 최근 "올해는 선발들이 최대한 자기 이닝을 길게 끌고 가준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투구수 100개를 기준으로 큰 문제만 없다면 선발들을 길게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넥센의 화두는 불펜 야구, 공격 야구보다 '선발 야구'에 있다. 그리고 넥센 선발진의 마지막 변수는 뒤에서 조용히 승선 준비를 하고 있는 '핵잠수함'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