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투타의 중심이 돌아온다.
김기태 감독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K와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된 후 “이병규(9번)는 24일 퓨처스리그 한 경기를 뛴 후 25일에 합류하고 봉중근은 24일부터 엔트리에 올린다”며 “봉중근은 이번에 돌아오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투구수와 등판간격은 조정해 줄 것이다”고 밝혔다.
이로써 LG는 지난 11일 이후 약 2주 만에 투타의 핵심이자 베테랑 선수 둘을 합류시키게 됐다. 12일 봉중근의 2군행은 재활과정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예정된 일이었지만 개막전 만루포로 올 시즌 LG의 첫 걸음을 가볍게 만든 이병규의 이탈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병규가 없는 상황에서도 LG 좌타라인은 견고하게 돌아갔다. 롯데와 홈개막 3연전까지만 해도 부진했던 이진영과 또 다른 이병규(7번)는 연속안타 행진을 펼치며 타율을 3할대로 수직상승 시켰다. 연일 빼어난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는 오지환도 수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타점을 뽑아냈다.
봉중근이 빠진 불펜진도 강했다. 이미 류택현·이상열의 베테랑 좌완이 있고 롱맨으로 투입되고 있는 유원상은 9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이고 있다. 레다메스 리즈가 제구력 난조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만 제외하면 불펜은 과부하 없이 순조롭게 움직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병규와 봉중근의 합류는 LG 라인업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병규는 지난 시즌 37세의 나이에도 타율 3할3푼8리 16홈런으로 팀 타선을 이끌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올 시즌에도 출장한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이병규의 엔트리 말소와 함께 좌익수로 나선 박용택이 다소 아쉬운 수비를 보여준 것을 돌아보면 이병규의 복귀는 공수 모두에서 팀을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만든다.
올 시즌 LG 마운드의 핵심은 불펜진이다. 그리고 봉중근이 돌아오면 LG 불펜은 두 개의 필승조 라인을 갖추게 된다. LG는 마무리 리즈를 제외하고 우완투수 1명·좌완투수 2명, 우완투수 2명·좌완투수 1명을 각각 한 조로 묶었고 하루에 한 조만 경기에 나선다. 상대팀에 따라 매주 변화를 주지만 예를 들면 우규민·류택현·이상열이 1조, 유원상·한희·봉중근이 2조가 될 수 있다. 즉 불펜투수의 연투를 방지하고 스스로 자신이 나올 타이밍에 대비해 먼저 몸을 만드는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봉중근은 지난 11일 329일 만의 정규 시즌 첫 등판에 나섰음에도 초구부터 시속 145km의 직구를 구사하며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봉중근의 초인적인 재활속도에 감탄하며 “봉중근은 감독 입장에선 마무리 투수로 쓰고 싶게 하는 투수다. 하지만 막 재활을 마친 선수에게 오버페이스를 유도할 수 있는 마무리 보직을 맡길 수는 없다”며 마무리 투수급 구위를 지닌 봉중근을 중간 불펜요원으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이병규와 봉중근은 기량 외적으로도 팀에 힘이 된다. 올 시즌 LG구단 최초의 민선주장이 된 이병규는 전지훈련부터 적극적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선배 타자로서 타격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병규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기간에도 항상 선수단과 함께 하며 경기 전 타격연습 때는 배팅볼 투수를 자처했다. 불펜피칭에 임하고 있는 투수의 공을 타석에서 보면서 버릇을 집어주기도 한다. 봉중근은 후배 투수들이 가장 잘 따르는 선배다. 봉중근은 2년차 투수 임찬규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하는 한편 투수조 맏형으로서 항상 팀 분위기를 밝게 주도한다.
현재 LG는 7승 4패를 거두며 ‘꼴찌후보 1순위’란 평가를 뒤집고 있다. 김 감독은 지금 성적의 지속 여부를 5월 두산과 어린이날 3연전이 끝날 때면 밝혀질 것으로 바라봤다. 그 때쯤이면 모든 팀들과 상대해보기 때문에 LG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이병규와 봉중근이 다시 돌아온 LG가 앞으로 2주 동안 넥센·롯데·한화·두산을 상대로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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