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예전 만큼 많은 홈런 치기는 어렵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23 21: 51

역시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이 시즌 초반부터 남다른 클래스를 발휘하고 있다. 이승엽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45타수 16안타 타율 3할5푼6리 3홈런 8타점에 도루도 2개나 있다. 볼넷 9개를 골라내 출루율도 4할6푼3리나 되며 2루타와 3루타도 각각 4개와 1개로 장타율은 무려 0.689. 출루율·장타율을 합한 OPS는 1.152로 전체 3위다. 시즌 전 우려와 달리 기대이상 맹활약이다.
이승엽은 "작년 10월에 시즌을 마친 뒤 훈련량이 부족했고 어깨가 안 좋아 스윙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이거 진짜로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걱정도 되고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캠프에서 이승엽을 지켜본 외부 전문가들은 "세월을 무시할 수 없다. 이승엽이 예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래스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시범경기 때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더니 시즌 개막 후 삼성 타선 절대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승엽은 "시즌에 들어간 후 스피드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붙었다. 캠프에서 논 것도 아니고, 몸 상태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졌다"고 했다. 어깨 통증에서 벗어나며 이승엽 특유의 스윙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12경기에서 홈런 3개 터뜨릴 만큼 '대포 본능'도 죽지 않았다. 그러나 이승엽은 "홈런은 예전 만큼 많이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예전 만큼 파워가 없다. 힘은 그대로인데 예전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져 있다"고 인정했다. 이승엽이 말하는 스피드란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감소되는 배트스피드와 순발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난 22일 청주 한화전에서 데니 바티스타의 152km 강속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배트의 빠른 반응 없이는 어려운 홈런. 이승엽은 "일본에서도 많이 쳐본 공"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며 "강속구도 내가 쳐야 할 공"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승엽이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뛴 게 약 10년 전이다. 그때보다 스피드나 힘이 떨어져있다. 8년간 일본에 있다 보니 일본 투수들 몸쪽 공에 대처하느라 스윙 궤도도 무너져있었다"며 "홈런 생산은 10년 전 그때 만큼은 힘들다. 팬들은 나이 먹은 이승엽이 아니라 일본 가기 전 이승엽이라고 생각해 30홈런 이상 기대한다. 하지만 30홈런 기대를 떠나 아름다운 도전으로 생각해야 한다. 힘이 있을 때 한국에서 야구하고 싶은 승엽이의 마음 자체가 아름답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승엽은 "앞으로 밀어치는데 집중하겠다. 밀어서 치는 타구가 나오면 홈런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홈런 3개 모두 우측으로 잡아당긴 것이다. 좌중간으로 밀어치는 타구가 나오면 더 많은 홈런을 기대해 볼만하다. 누가 뭐래도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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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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