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이 마치 1인 2역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과 극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와 예능 부업을 나갔을 때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본업과 부업을 오가며 완벽히 분리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22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엄순둥' 엄태웅의 어리바리하면서도 동네 오빠처럼 친숙한 모습이 대거 등장했다. 이날 엄태웅은 잠자리 복불복을 위해 열린 일명 '코끼리 코 체육대회'에서 제기를 차다 헛발질을 연발하는 가하면 아침 기상 미션에서는 자다 일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대접을 들고 길을 헤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진마저도 '길잃은 적도의 남자'라는 자막을 넣어 더 큰 웃음을 유발했다.
'1박2일'에 합류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은 그는 순박하고 친근한 '엄순둥' 캐릭터를 고수하며 호감을 사고 있는 중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 개그가 나오고 각종 게임 앞에서는 늘 젬병인 그는 배우일 때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풍기며 안방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드라마로 옮겨가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엄태웅은 최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 2TV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통해 명불허전 연기력을 입증하는 중이다. 극중 엄태웅은 친구 장일(이준혁 분)의 배신으로 죽음의 위기에 내몰렸다가 겨우 살아나 시각장애를 안게 된 인물 '선우'를 열연하고 있다.
방송 초반부터 그의 남다른 시각장애 연기가 폭풍 화제를 불러 모으더니 급기야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고지를 밟았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더불어 '엄포스'의 연기력이 입소문 난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 사이 중론. 특히나 지난 주 방송분부터는 생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던 선우가 10여년 만에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완벽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 나타나면서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그러나 장일을 향한 복수를 위해 여전히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는 그의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장일과 오랜만의 재회를 끝내고 홀로 남아 동공을 되돌려놓던 선우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전율케 했다.
이처럼 엄태웅은 정녕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라마와 예능을 건너다니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속 순둥이 청년이 그인지, '적도의 남자' 속 광기 어린 남자가 그인지 고민스러울 정도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 속 그가 실제 모습에 가깝겠지만 마치 둘다 진짜일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상반된 그의 매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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