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초보 사령탑 김기태(43) 감독은 “이제 열 게임 정도 지났다”면서 겸손해 합니다.
지난 20일 잠실 홈에서 선두 SK와 경기를 앞두고 그에게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부터 3연전을 갖는 SK는 LG한테 강했던 팀이어서 어렵겠다”고 묻자 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물론 우리가 올해 약하다고 누구나 그러니까 힘든 상대인 것은 틀림없으나 열 게임을 해 오면서 우리 선수들이 예상 이상의 힘을 보여줘 SK와도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겸손 속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김기태 감독이 ‘이제 열 게임~’ 이야기를 한 것은 그가 2년 동안 트윈스에서 코치로 일하면서 팀이 지난 해 시즌 초반부터 2위권을 달리다가 후반기들어 추락한 점을 염두에 둔 신중함으로 생각됩니다.

20일 선두 SK와 올 첫 경기서 LG는 4-1로 가볍게 승리해 공동 2위로 껑충 올라갔습니다. 21~22일 연이틀 비가 내려 경기를 못하게 되자 김기태 감독은 “앞으로 어린이 날까지 2주간 팀 성적이 중간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현재 기세를 살려나갈 수 있겠다”며 올해 좋은 성적을 자신합니다.
지난 해 말 감독으로 취임한 후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자신감’을 강조한 김기태 감독은 어려운 여건에서 올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자 본인도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함께 선수 스스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 같은 방침이 본보기로 나타난 것이 지난 1월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체력 테스트을 통과하지 못한 팀의 에이스 박현준과 유원상, 포수 김태군을 탈락 시킨 것이었습니다. "잠실의 라커는 언제든지 주인이 바뀔 수 있다. 1군 선수라고 해서 특혜는 아무것도 없다”고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주지 시켰습니다.
김기태 감독 지도 스타일이 선수단 분위기를 달라지게 한 것과 더불어 코치진의 개편과 전력분석팀의 강화도 팀 운영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출루와 진루를 우선하는 세밀한 야구를 추구하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김기태 감독은 부임하면서 수석코치로 해태 타이거즈 시절 명투수로 활약하고 KIA-삼성-두산 코치로 일하던 조계현(48) 투수코치와 롯데에서 강타자를 육성한 김무관(57) 타격코치, KIA에 있던 최태원(42) 팀배팅코치를 새로 선임하고 차명석 투수코치와 유지현 수비코치를 전면에 내세워 선수 조련을 새롭게 펼치고 있습니다.
전력분석팀에는 OB 투수 출신으로 95년부터 LG의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다가 2002년 말 SK로 옮겼던 노석기(40)씨를 전력분석팀 과장으로 영입했습니다. 그는 전에 LG에 있을 때 7년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5차례, 준우승 3회에 한 몫을 했고 SK로 옮긴 첫 해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2007년부터 지난 해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한번에 기여했습니다.
LG는 지난 9년동안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역대 팀 중 가장 오랫동안 ‘가을 야구’에 참여치 못한 불명예를 안게 되자 박종훈 감독을 2년만에 해임하고 현역 사령탑 중 가장 젊은 김기태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광주일고-인하대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에서 프로선수 유니폼을 입은 김기태 감독은 왼손타자 중 가장 파워 넘치는 방망이를 휘두른 강타자 출신입니다. 99년 삼성, 2002년 SK로 옮겨 선수 생활을 한 후 2007년부터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트에서 지도자 연수를 거쳐 코치로 일하다가 2010년에 LG 코치로 국내에 복귀했습니다.
강펀치를 날린 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팀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은 지난 1월 구단 시무식에서 "올해 목표는 60패다. 승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60패만 하자"고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팀의 에이스인 박현준과 김성현 두 선발투수들이 한국야구 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경기조작 사건으로 영구제명되고 이택근, 송신영, 조인성 등 세명의 핵심 멤버가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나 전력에 공백이 컸습니다.
야구인 대다수가 올해 LG가 밑바닥에서 헤맬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트윈스가 11게임에서 올린 7승4패는 일시적인 쇼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독특하고 코치진과 전력분석팀이 개편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해도 결국 경기는 선수들의 능력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LG는 상당한 멤버들이 바뀌었습니다. 마운드에서 경찰청 출신의 이름없는 이승우가 류현진(한화)과 맞붙어 선발로 5 2/3이닝동안 무실점의 호투를 했습니다.
작년에 출장하지 못하고 은퇴를 할 것 같았던 류택현(41)은 중간 구원으로 나와 3승을 챙기고 6년간 값어치를 해내지 못하던 유원상은 이제서야 서서히 나아진 모습으로 불펜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주장 큰 이병규는 종아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구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날려 팀의 산뜻한 출발을 선도하고 정성훈은 3루수 3번이나 5~6번 타순에서 지명타자 4번으로 바뀌면서 박찬호(한화)와 류현진에게 충격을 안기는 홈런을 날리며 홈런 더비 공동 1위(4개)을 달리고 있습니다.
1군에서 경험이 별로 없었던 양영동은 좌익수로, 김용의는 3루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지난 해 손등 부상으로 출장 기회가 적었던 유격수 오지환이나 가능성을 보였던 2루수 서동욱은 튼실한 수비와 주요 순간 한방으로 공헌하고 있습니다.
LG는 본래 에이스 봉중근이 24일에, 큰 이병규는 25일에 1군 엔트리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베테랑의 가세가 팀에 한층 보탬이 될 지 주목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