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변화가 많은 종목이다. 그만큼 나 스스로 리그에 적응했다며 마음 놓고 있을 수 없다”.
지난해 15승을 올린 외국인 투수. 이미 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투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는 겸손한 자세로 한국 무대 2년차 시즌 맹활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원투펀치 한 축 더스틴 니퍼트(31)의 열정은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지난 시즌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의 성적으로 8개 구단 최고 외국인 선수 활약을 펼친 니퍼트는 올 시즌에도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중 가장 먼저 무사사구 완투승에 성공하는 등 3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3.38(23일 현재)로 맹활약 중이다. 개막전이던 7일 잠실 넥센전서 5⅓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으나 다음 두 경기서는 연일 호투를 펼쳤다.

투구 패턴도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올 시즌 니퍼트는 지난해보다 투심 패스트볼의 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이닝이터로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땅볼 유도형 구질의 구사도를 높여가고 있는 동시에 몸쪽 공도 조금 더 과감하게 던지고자 노력하는 니퍼트다.
시즌 전 전지훈련서 니퍼트는 “시즌 초반에는 나도 고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나도 한국 타자들을 다시 만나지만 그들도 내 공을 다시 한 번 상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패턴만 고수해서는 안 될 것 같다”라고 신중하게 이야기 했던 바 있다. 니퍼트에게 그 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물론. 잊지 않고 있다. 지난해 내가 어떤 타자에게 강했다는 기록만 참고해 올해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매일매일 선수의 컨디션은 다르다. 그만큼 내게 강했던 타자가 어떤 날은 굉장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시즌 초반만이 아니라 내가 올 시즌 내내 신중하게 던져야 하는 이유다”.
야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최하위 팀이 1위 팀을 꺾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인만큼 스스로 노력해 바뀌지 않으면 도태되게 마련이다. 니퍼트의 이야기는 그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지난해 잘했던 타자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진했던 타자는 명예회복을 위해 기량을 더욱 키우며 날 위협할 수 있다. 나도 그들의 변화상에 맞추고 상황에 맞는 투구로 팀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 땅을 밟으면서 가졌던 마음가짐. 난 아직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살갑게 먼저 장난을 치기도 하는 니퍼트지만 야구에 있어서 그는 굉장히 진지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심을 기억하며 2년 연속 15승 이상을 노리는 외국인 에이스의 이야기 속에는 그의 올 시즌 전망도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복선이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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