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업어드린 적 있어?”…아빠는 월남스키부대
OSEN 이은화 기자
발행 2012.04.23 10: 15

내리사랑. 흔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가리켜 이렇게 부른다. 이는 누구나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 본 말이다. 하지만 막상 자녀들은 정작 본인이 자신의 아이를 길러보기 전까지는 이 말을 실감하기란 어렵다.
연극 ‘아빠는 월남스키부대’는 이러한 부모의 내리사랑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통해 웃음으로 그려낸 공연이다.
아버지 김노인(심원철 분)은 이미 수십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도 베트남전에서 함께했던 전우 김일병(이상혁 분)이 여전히 자신의 옆에 있는 듯이 행동을 일삼는다. 이 때문에 며느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에게 시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낼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와중에도 김노인은 여전히 수십년 전 과거에 머무르며, 마당과 집안 구석구석에 똥과 진흙을 섞어 지뢰를 만들거나 이미 전사한 김일병과 대화를 하며 끊임없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아들 내외의 대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듣고 있으면서도 김일병에 대한 기억으로 그 시절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아들내외는 모진 말을 해가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이는 이들의 대화를 옆 방에서 듣고 있는 아버지 김노인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 하지만 김노인은 자식들을 원망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아들내외가 김노인을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한 날, 집안에는 도둑이 든다. 도둑(한상규 분)은 우연히 김노인의 과거와 이들 부자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도둑에게 아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김노인은 연신 행복한 표정이다. 그리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들 칭찬을 한다.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한 아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어줘서 감사하다고.
김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도둑은 귀가한 아들내외와 맞닥드리게 된다. 도둑은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이들의 계획을 알고는 김노인이 말한 비밀을 밝히기에 이른다.
이 때 처음 집에 이사 왔던 날, 아버지 김노인이 어린 아들을 업고 온 방을 구경했던 기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도둑은 아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업어드린 적 있어?” 이에 대해 아들은 말문이 막히고 만다.
다소 가슴이 먹먹해질 수 있는 내용을 연극 ‘아빠는 월남스키부대’는 웃음으로 풀어냈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웃거나 배우와 함께 호흡하게 된다. 이러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아우르는 데는 개그맨 한상규와 개그맨 겸 배우 심원철의 공동연출이 한 몫 했다. 이들은 각각 도둑과 김노인으로 분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공연이 끝날 무렵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처음에 모두가 부모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병환이 길어질수록, 차도가 없을수록 가족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마련이다. 이렇듯 주위에서 한 번쯤 들어봄직한 가족사가 연극에 담겨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족간의 갈등이자, 당연하게 여겨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공동 연출을 맡은 심원철과 한상규는 “이번 공연을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아버지의 그 강인한 이미지 속에 배제된 나약하고 힘든 모습을 그리고자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공연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아빠는 월남스키부대'는 대학로 창조아트센터 1관에서 관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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