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에버튼, 올드트래퍼드 '극장' 서 징크스 반복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4.23 10: 34

에버튼의 '올드트래퍼드 징크스'와 맨유의 '선제골 징크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버튼이 두 징크스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양 팀 합쳐 도합 8골이 쏟아진 이날 올드트래퍼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극장'이 됐다. 지난 22일(한국시간) 밤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버튼의 경기는 난타전 끝에 결국 4-4 무승부로 끝났다.
올드트래퍼드를 꽉 채운 맨유 팬들은 에버튼전 승리를 확신했다. 맨유 팬들의 이런 믿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징크스 때문이었다. 에버튼의 올드트래퍼드 징크스는 이미 역사적인 수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 맨유는 지난 20년 동안 홈인 올드트래퍼드에서 단 한 번도 에버튼에 패한 적이 없었다. 에버튼은 지난 18번의 원정에서 3무15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올드트래퍼드만 방문하면 약해지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그러나 전반 33분 대런 깁슨이 골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옐라비치가 각이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헤딩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터뜨리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옐라비치의 기가 막힌 헤딩슛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를 훌쩍 넘겨 골대 오른쪽으로 빨려든 순간 올드트래퍼드의 맨유 팬들은 올 시즌 맨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선제골 징크스'를 떠올려야 했다.
맨유는 22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34경기 중 28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그 어떤 팀보다 높은 비율(82.3%)을 자랑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선제골을 넣은 경기에서 맨유의 승률이다. 맨유는 선제골을 넣은 28경기에서 26승2무의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팀에 선제골을 내줬을 경우에는 무승에 그치는 이상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경기 전까지 맨유가 상대에 선제골을 허용한 6경기에서 2무4패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에버튼의 올드트래퍼드 원정 징크스가 먼저 깨지느냐 맨유의 선제골 허용시 무승 징크스가 먼저 깨지느냐의 싸움이었던 이날 경기는 절묘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그 어떤 징크스도 깨지지 않은 채 무승부로 마무리된 것. 에버튼의 올드트래퍼드 원정 무승 기록은 19경기(4무15패)로 늘어났고 맨유의 선제골 허용시 무승 기록도 7경기(3무4패)로 늘어났다.
그러나 비기고도 이긴 것처럼 기뻐했던 에버튼과 달리 다 잡은 승리를 놓친 맨유는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맨유는 승점 3점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올드트래퍼드에서 상영된 맨유와 에버튼의 '징크스 극장'이 맨유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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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트래퍼드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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