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프로게이머' 이재훈 코치, "후배들에게 빛이 되고파"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2.04.23 10: 42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를 기반으로 1999년 출발한 e스포츠. 게임방 붐과 맞불려 고속성장을 거듭한 e스포츠는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10대부터 30대까지를 아우르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했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의 프로게이머들은 팬카페 회원수가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팬들이 사랑을 뜸북 받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e스포츠는 요즘 주가를 한참 올리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해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스페셜포스2'와 한국 보다는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까지 종목 다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OSEN은 최근 한국 대표 e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 초대 챔피언팀인 CJ 엔투스 프로게임단 이재훈(31) 수석코치를 만났다. 이재훈 수석코치는 임요환 홍진호 강도경 등 처럼 초장기 e스포츠판에서 유명세를 날렸던 프로게이머로 WCG2005 그랜드파이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와 오랜시간 함께 시간을 보낸 CJ 김동우 감독은 "부드러움의 대명사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그를 표현했다. 실제로 만난 이재훈 코치는 부드러운 인상 못지 않게 너그러운 성정을 인터뷰 내내 드러냈다.
▲ "1등을 하고 싶었던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던 선수 시절"
취미생활처럼 시작했던 e스포츠 인생이 벌써 횟수로 14년째를 맞고 있는 이재훈 코치. 지금은 꾸준함의 대명사가 됐지만 그는 사실 WCG2005 그랜드파이널 우승을 제외하고는 성적과 큰 인연이 없었다. 초창기 정상급 프로토스 유저로 테란전 최강자로 주목받았지만 프로게이머 시절 개인리그 방송 경기 최고 성적은 16강에 불과했다. 특히 2002년 KTF 나지트배 프로게이머 최강전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오프라인 대회로 진행된 탓에 높게 평가를 받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가 운동이고 비교적 잘했지만 최고에 올랐던 적이 없었어요.  꼭 앞에 적게는 3~4명씩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연하게 고3 수능을 앞두고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라는 게임서는 정말 1등을 하고 싶었어요. 모든 이들 중에서 최고가 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프로토스에서는 톱이 되자고 마음먹었죠.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그렇지만 다들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그래서 WCG2005 그랜드파이널에서 우승을 했지만 선수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아직도 많이 남았나 봐요".
초창기인 1998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1세대 프로게이머들 중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이를 말한다면 이재훈 코치가 빠질 수 없다. '샤이닝 토스'라는 애칭을 가졌던 그였지만 방송 경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오죽하면 WCG2005 그랜드파이널 우승을 놓고선 방송대회가 아니어서 가능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제가 나가서 주목받고 그러면 좋지만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있는 상황에서 나간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야단도 많이 맞았죠. 코치가 된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중 도움이 되는 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된거죠".
 
 
 ▲ "후배들에게 빛이 되고파"
이재훈 코치는 코치생활을 시작한지 2년만에 첫 번째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 바로 스페셜포스2 팀의 프로리그 우승이다. 이에 대해 "내가 잘한 것이 아니라 감독님과 선수들이 해낸 것이다. 나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또 한 번 자신을 낮췄다.
스페셜포스1 프로리그 시절 멤버 중 조경훈이 유일하게 남은 상황에서 이재훈 코치는 김동우 감독과 함께 멤버 꾸리기에 나섰다. 조류빈 박민수 박우길 등이 차례차례 합류했고, 박지호와 김민수 이승훈을 끝으로 1차적인 세팅을 마무리했다. 거의 새롭게 팀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선수들 고르기를 진행했던 이재훈 코치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 초대챔피언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 말 그대로 옆에서 겨들었을 뿐이에요. 스페셜포스1 시절에는 전임 주진철코치가 있었던 걸 이어 받았었고, 이번에도 어떻게 보면 선수들을 지원하는 이상의 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선수들에게 미안하죠. 초창기 때를 제외하고는 후반부에는 스타크래프트 팀 쪽에 신경을 많이 썼으니깐요. 다행스러운 건 선수들이 믿음에 부응해준거고요. 그 점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4년간의 e스포츠 생활을 돌이켜봐달라는 말에 그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아 아쉽죠. 선수 시절에는 욕심이 없었던 것 같고, 지금은 추친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장점도 말해달라고 하자 "조율하는 건 자신있다"며 쑥스럽게 말하기도.
선배게이머로써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어떤 자리와 종목에 상관없이 후배들에게 아쉬운 점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안주하려고 하는 점은 많이 아쉬운 점 중의 하나죠.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면 더 앞을 보기 보다는 딱 그선에서 만족하고 목표를 잃어버리는 후배들을 많이 봤습니다. 한 경기에 나아가기 위해서 몇 년을 노력했던 초심을 잃지 앟고 자신만의 주관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항상 자신을 뛰어넘기위해 노력하는 (김)정우를 보면 저도 많이 배워요. 또 우리 스페셜포스 선수들도 캐릭터가 괜찮은 것 같아요. 약점을 거리낌 없이 말하면서 정면으로 부딪히고 해결하는 점을 보면 대견하죠".
이어 그는 "아직 저도 출발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점을 놓치고 있죠. 단순히 우악스럽게 끌고 가는게 아니라 선수들의 입장도 이해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도 발전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바람직한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노력하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라며 자신의 바람을 얘기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 초창기 100만 프로토스 유저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던 이재훈. 코치로 뿌리를 내린 그가 앞으로 후배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내릴지 그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scrapp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