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삶에서 두려운 건 비판이 아니라 패배다"고 했다.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그의 야구가 재미없는 야구라는 논란에 시달리며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야구를 추구해 정상에 올랐고, 당시 지휘하던 SK는 물론 다른 팀들의 팬들에게까지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그와 비슷한 논란에 부산 아이파크가 시달리고 있다. 소위 질식수비 때문.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5경기 연속 무실점과 함께 무패(3승 2무)를 달리고 있는 부산의 축구가 너무수비 지향적이라 재미가 없다는 것. 팬들마저 떠나게 하는 축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의견은 분분하다. '재미없다'는 의견은 물론 부산팬들 만큼은 '환영한다'라는 것.
결론은 쉽게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현장에서 지도를 하는 감독들은 대부분 부산을 칭찬했으면 했지, 비난하지는 않았다. 김호곤 울산 감독과 박경훈 제주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은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을 뚫는 것은 강팀의 의무이고 못 뚫을 경우에는 못 뚫는 팀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지난 21일 부산과 상대했던 김상호 강원 감독도 비슷한 의견이였다. 김 감독은 "질식축구? 축구에 질식이 어딨는지 모르겠다. 최근 열린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나온 첼시의 수비는 더 했으면 더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비난이 나오지 않았다. 축구가 그런 거다. 천하의 바르셀로나도 가끔은 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공을 가지고 있으면 공격을 하는 거고, 아니면 수비를 하는 거다. 공을 안 갖고 있으니 수비를 하는 거지 한 쪽으로 치우쳤다고 판단하는 건 잘못됐다. 경기라는 건 모두가 이기고 싶은 거다"며 "부산은 공격이 매우 빠르다. 역습도 좋다. 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안 감독이 팀을 잘 만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익수 감독도 논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질식수비 논란에도 변화는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 감독은 "지금의 수비는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작년부터 계속해 온 거다. 단지 주축 공격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함에 따라 다소 골이 안 들어갈 뿐이다. 여러 평가가 있지만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배제할 건 배제를 해야 한다. 질식수비로 팬들을 무시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어느 팀이라도 이기지 않기 위해 축구를 하는 건 아니다. 현재로서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팀에게 수비 위주로 경기를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강원전에서 전반전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과 같이 맞춤 전략이 있다는 것. 안 감독은 "모든 팀마다 각각의 전략을 갖추고 있다. 그에 따른 목표치가 모두 있다. 시즌 초반 조금 틀어지기는 했지만 현재는 우리 계획대로 가고 있다"며 지난 몇 경기 동안의 부산을 보고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말아 달라고 전했다.
현재 부산은 3승 4무 2패로 리그 7위를 달리고 있다. 부산의 1차 목표인 상위 스플릿에 진입할 수 있는 순위다. 하지만 아직 리그는 9라운드 밖에 흐르지 않았다. 스플릿이 분리되는 30라운드까지의 1/3도 지나지 않은 것. 그만큼 부산에 대한 평가는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 만의 축구를 펼쳤음에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 때 가서 비판을 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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