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4가 발견한 디자이너들➁] 이유있는 '고집불통' 김성권
OSEN 최지영 기자
발행 2012.04.23 17: 34

음악가, 화가, 디자이너 소위 예술가라 불리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고집과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예술가라고 할 순 없지만 패션 디자이너들 역시 마찬가지.
때론 그것이 주변사람들에게 남들과 타협할 줄 모르는 지나친 아집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가 감각으로 변해 디자이너만의 창의적인 옷으로 탄생하기 때문에 이는 필수불가결한 사항임에는 확실하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에 단 3회 출연한 디자이너 김성권. 출연기간은 짧았지만 아마 우승자 못지않은 강한 인상을 남긴 디자이너가 아닐까 싶다. 화면 속 그의 모습은 다름 아닌 고집불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웃지만 사실 그땐 인터넷도 끊고 싶은 심정이었죠~”
디자이너 김성권하면 프런코4 방송 당시 했던 발언 때문에 인터넷을 후끈 달군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실 화면 속 그는 마치 나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조심스레 그때의 상황을 물으니 의외로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해줬다.
“저 사실 일본에서 8년 동안 살다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어요. 그러다보니 말하는 솜씨가 능숙하질 못해요. 나중에 방송을 보고 안 사실이지만 제가 이렇게 말을 못하는 사람인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처럼 그는 그다지 왜곡된 사람도 또 차가운 사람도 아니었다. 8년간의 일본생활을 들어보니 그때 그로서는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한 나름의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은 PT라는 것이 없어요. 학교에서도 졸업반 때 취업용으로 한두 번 정도? 회사에 다니면 그나마도 안 해요. 그래서 프런코4 출연당시에도 PT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날 역시 제 디자인에 대해서만 설명하려다보니 다른 부분은 신경 쓰지 못하게 된 거죠.” 
유쾌하지 않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지만 그래도 프런코4는 그에게 한국패션을 알게 해준 좋은 기회가 됐고 또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줬다고.
“너무 빨리 탈락해서 저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처음가본 동대문시장, 헤어메이크업 전문가들과의 만남 등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됐어요. 물론 좋은 친구들도 생겼고요”라며 프런코4 출연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 저에게는 여성의 바디자체가 영감이에요
디자이너 김성권의 생김새는 누구보다 남자답지만 그의 옷은 참으로 여성스럽다. 마치 여자의 인체를 이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실루엣을 살릴 옷들이 김성권식 여성복. 사실 탈락했을 때 그의 옷도 유니폼으로는 쓴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단순히 옷 자체만 봤을 때는 그의 추구하는 바가 고스란히 드러난, 여성복으로 손색없는 디자인이었다.
“저는 마치 제2의 피부처럼 여자의 가슴, 허리, 힙이 강조돼 에스라인을 살리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여자의 몸매는 신이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에게는 표현할 수 없는 완벽한 곡선 때문에 여성복은 표현의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이것을 옷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너무 신나는 작업이에요.”
말을 하다가도 마치 영감이라도 떠오른 듯이 상기된 그의 표정을 보니 역시 타고난 옷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담은 여성복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평소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느낌 때문에 블랙&실버를 좋아한다는 디자이너 김성권의 브랜드 네임 역시 프랑스어로 ‘은빛 찬란히 빛나는 장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L'ARTIGENT'.
“저에게는 저만의 서랍이 있어요. 그 서랍 안에는 저의 모든 경험과 노하우 디자인적 영감이 들어있어요. 지금 이 서랍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서 하나씩 나만의 색깔을 옷에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성권은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디자이너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렇다고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옹고집 예술가는 아니었다.
“옷은 누군가가 입었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학교 다닐 때는 저도 저만의 세계에 빠져 예술밖에 안 봤어요. 하지만 이제는 예술과 상업을 조화시켜 여자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쉽진 않겠지만요.”
인터뷰 내내 열정가득하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 디자이너 김성권.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울하고 외로운 사람은 싫어요. 행복바이러스가 가득 찬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더불어 저의 옷을 입은 사람들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지막까지 그는 밝은 모습을 보였다.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스케치
"남,녀 모두 바디라인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해봤어요. 적당히 유니크하지만 전체적으로 클래식하면서 모던한 무드가 묻어나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한 옷인 거죠." 
ji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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