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달 떠난’ SK-두산, 경기력이 궁금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4 06: 15

지난 시즌 중반까지 이들의 대결은 감독들의 기싸움까지 더해지며 한층 재미를 높였다. 창의적이고 과감한 주루 플레이는 물론 치밀한 수비 시프트 전법으로 안타가 될 법한 타구도 잡아내는 멋진 수비까지 나왔다. 단순한 투타 대결을 넘어서 페넌트레이스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전략도 눈에 띄는 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제는 두 감독이 없다. 정식 감독으로 첫 시즌을 맞는 이만수 감독의 SK 와이번스와 김진욱 감독의 두산 베어스가 24일부터 사흘 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시즌 첫 대결을 펼친다.
2007년부터 2009시즌까지 SK와 두산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며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과 '달감독'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의 기싸움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던 시리즈였다. 김성근 감독은 ‘혹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많은 훈련량 속에 전도유망한 선수들의 기량을 이끌어냈고 김경문 감독도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주전 선수를 맹신하기보다 과감하게 샛별을 발탁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과는 3번 모두 SK의 승리로 이어졌다. SK는 매번 첫 경기를 내주고도 승부처 포인트를 상대에게 내주지 않으며 분위기를 급속히 끌어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7년 한국시리즈 3차전서 벤치 클리어링을 통해 2연패 후 4연승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선발진 우위를 통해 1패 후 4연승에 성공하며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2009년 플레이오프서는 두산이 먼저 2경기를 승리했으나 3차전 1-1에서 연장 11회 우익수 정수빈이 라이트 불빛으로 인해 타구 궤적을 잃은 것이 박재상의 우중간 결승 3루타로 이어지기도 했다. 2승 2패로 양 팀이 팽팽히 맞섰던 10월 13일 5차전서는 1회초 두산 김현수의 선제 솔로포가 나왔으나 곧바로 우천 노게임 판정이 나왔다. 의외의 변수까지 터지며 SK가 두산을 3년 연속으로 누르던 포스트시즌이었다.
3년 간의 전적은 한 쪽으로 기울었으나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정말 재미있는 경기’라는 평을 받았던 SK와 두산의 시리즈. 그러나 지난해 6월 김경문 감독의 중도 사퇴와 8월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자진 포기에 이은 중도 퇴임으로 두 감독이 모두 팀을 떠났다. 그리고 이제는 이만수 감독과 김진욱 감독이 각각 양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두 감독은 공통적으로 선수들의 행동력을 좀 더 높이는 지휘자들이다. 그리고 양 팀 선수단에도 그 때의 기억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어 자율권이 적극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 5년 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해 세 번의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에 성공했던 SK는 정근우, 김강민, 박재상, 박정권, 최정 등 우승 당시 젊은 야수들이 이제는 이견이 없는 주전 선수로 자리를 굳힌 팀이다. 이기는 방법을 스스로 알고 있는 야수진을 갖춘 데다 정대현, 이승호(이상 롯데)의 FA 이적, 좌완 에이스 김광현의 초반 결장으로 우려 시각이 많았던 투수진도 탄탄한 편이다.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의 구위가 뛰어나며 박희수-정우람의 좌완 계투진도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신인 사이드암 임치영 등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투수들도 주목할 만 하다. 두산은 SK에 비해 3년의 극간을 두고 변화상이 좀 더 많은 편이다. 주전 포수가 채상병(삼성)-최승환(한화)에서 양의지로 바뀌는 등 센터라인에 변화가 생겼으며 당시 계투로 뛰던 임태훈과 이용찬이 이제는 선발진으로 이동했다.
특히 두산은 중간 계투진의 변화가 크다. 2007년과 2008년 각각 한국시리즈 3차전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던 좌완 이혜천과 2009년 플레이오프 3차전서 불운한 패전 투수가 된 고창성 정도가 남아있는 계투 요원들. 노경은, 서동환, 좌완 정대현 등은 2000년대 말 SK와 두산의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SK 마무리 엄정욱과 두산의 뒷문지기 스캇 프록터도 3년 전까지의 시리즈에서 주변인이었거나 완전히 낯선 존재다.
야수진에는 가을 야구의 기억 소자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 포진한 반면 투수진은 변화가 많은 편이다.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융통성과 과감성을 동시에 갖춘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을 전제로 감독들이 부여한 자율권을 받은 새로운 선수들이 얼마나 ‘미치는 지’ 여부가 3연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신’과 ‘달’이 떠난 양 팀의 3연전은 어떤 경기력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