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X 30m 대형 스크린에 웅장한 유럽형 성이 등장, 문이 열리면 동방신기가 걸어나와 절도 있는 춤을 췄다. 어느새 배경은 한국적 기와 건물로 바뀌고 춤을 추던 멤버들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멤버가 다른 멤버에게 장풍을 쏘면 대형 스크린이 크게 물결 쳤고, 멤버들의 실루엣을 따라 생겨난 그림자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대형 공연장에서 처음 시도되는 3D 매핑 기법이었다.
동방신기가 2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4만5천명을 동원하며 ‘2012 라이브 투어 톤(동방신기 LIVE TOUR 2012~TONE~)’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긴급하게 추가 공연을 마련, 1분만에 매진된 이날 공연은 월요일 오후가 맞나 싶을 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운집했다. 돔 경기장안에서 반짝이는 4만5천개의 붉은 펜라이트는 마치 거대한 바닷가에 반짝이는 무수한 모래알 같았다. 지난 1월부터 시작돼 9개 도시에서 무려 55만명을 동원한 동방신기의 저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동방신기의 공연은 더 이상 ‘아이돌의 콘서트’라고 정의하긴 어려웠다. 지난 1월부터 쉬지 않고 4일마다 한번꼴로 공연을 펼쳐온 이들은 이날도 3시간 30분 동안 25곡을 열창하면서 딱 맞아떨어지는 화려한 군무와 완벽한 라이브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래 별로 촘촘히 준비된 고급스러운 영상과 T자 무대를 구석구석 누비는 멤버들은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들었다.
오프닝 곡은 일본 정규 앨범 ‘톤’에 수록된 ‘B.U.T'였다. 이후 '슈퍼스타', '아이 노우 유 노우(I know you know)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달군 한국 히트곡 ‘미로틱’을 거쳐 ‘맥시멈’에서 3D 매핑 기법의 진수를 보여줬다.
웅장한 영상을 배경으로 자취를 감췄다 드러내는 멤버들의 신개념 공연에 단 한순간도 의자에 앉지 않은 4만5천명의 관객들도 잠시동안 펜라이트를 흔드는 것조차 깜빡했다.
3D 매핑 기법은 ‘아이 돈 노(I don't know)’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두 멤버의 모습 뒤로 영상에는 수많은 멤버들의 그림자가 등장, 실제와 영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번 공연은 지난 해 9월 일본에서 출시한 정규 앨범 ‘톤’의 수록곡들은 물론 ‘썸머 드림~하이타임(Summer Dream~High Time)’,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등 일본 히트 싱글곡, 유노윤호, 최강창민의 개인 무대, 한국에서 발표한 ‘이것만은 알고가’의 일본어 버전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또 멤버들의 유창한 일본어를 활용한 토크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등 친근한 매력도 더했다.
멤버들은 공연 후반 부 이동차를 활용해 공연장 곳곳을 누비며 팬들에게 사인볼을 던져줬으며, 마지막곡 ‘섬바디 투 러브’에서는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4만5천명이 동시에 점프하는 아찔한 순간도 연출했다. 거대한 교세라돔이 몇센치미터 가량 떴다 가라앉는듯한 엄청난 진동이 일었다.
동방신기는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붉은 색 펜 라이트가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열심히 하는 동방신기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관객들은 20~30대 여성은 물론이고 가족 단위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50대-20대 모녀가 함께 온 사유미(58세, 엄마)씨는 “딸은 야마구치현에 살고 나는 후쿠오카에 사는데, 오늘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동방신기도 보고 딸의 얼굴도 보니 금상첨화다”고 말했으며, 딸 쿄코(29세)씨는 “동방신기의 무대를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방신기를 영원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 아들, 딸과 공연장을 찾은 코타로(39세)씨는 “처음에는 딸과 부인으로부터 좋아하기를 강요 당했었지만 지금은 나도 동방신기의 팬이 됐다. 오늘 공연을 통해 동방신기가 라이브를 무척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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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