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5할만 하면 승산이 있다. 편하게 해 보겠다".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의 기세가 무섭다. 롯데는 지난 20일 광주 KIA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무려 1462일 만에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참고로 롯데가 마지막으로 단독 선두에 오른 건 2008년 4월 19일 목동 넥센전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였다.
롯데의 시즌 초반 돌풍은 투타 조화의 힘이다. 현재 팀 타율은 유일하게 3할(.307)이 넘고 출루율(.362), 장타율(.413)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새로운 4번 타자 홍성흔을 필두로 타선은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팀 평균자책점은 3.21로 SK 와이번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이 2.97로 정대현-이승호 공백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팀 홀드는 10개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으며 불펜 투수들의 등판 회수도 45회로 선두다.
그렇다면 사령탑인 롯데 양승호(52) 감독이 보는 초반 좋은 기세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또한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롯데의 시즌 초반 목표는 어떻게 될까.
▲ "선두? 홍성흔-조성환-박종윤 맹활약 덕분"
양 감독은 시즌 초반 롯데의 좋은 흐름을 타자 세 명의 맹활약에서 꼽았다. 일단 홍성흔과 조성환 베테랑 듀오의 성적에 눈길이 간다. 홍성흔은 현재 타율 2위(.425), 타점 1위(17점)로 이대호 공백을 전혀 못 느끼게 하고있다. 또한 조성환 역시 2번 타순에서 타율 4할(5위)에 8득점(5위)로 지난 시즌 부진을 완전히 떨친 모습이다. 전지훈련 기간동안 양 감독은 입이 닳도록 두 베테랑 선수의 훈련 태도를 칭찬하며 부활을 장담했고, 이들 둘은 현재까진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대호가 떠난 1루를 채운 박종윤의 활약도 반갑다. 박종윤은 개막 후 11경기에서 빠짐없이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2위(.429) 1홈런 7타점을 올리고 있다. 당초 2할8푼 정도의 활약을 기대했던 양 감독에겐 기대를 뛰어넘는 호재다. 여기에 양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며 계산하지 않았던 전력인 최대성과 김성배가 정말 잘 해주고 있다"며 불펜진의 분투에서도 선두 도약의 이유를 찾았다.

▲ "욕심내지 않는다. 여전히 목표는 5할"
지난해 롯데는 4월 승률이 3할3푼3리(7승 14패 2무)일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롯데는 3년연속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산 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이제는 시즌 초반 부진이 롯데의 팀 컬러가 된 느낌이다. 초반에 여러모로 손발이 안 맞다가 여름부터 부쩍 힘을 낸다. 올 시즌 역시 경기 내용은 예년과 다르지 않지만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힘이 붙었다는 걸 느낀다"고 짚었다.
아직 4월이 다 지나지 않았지만 롯데는 벌써 7승(1무 3패)을 거두면서 지난해 4월 쌓았던 승수를 이미 채웠다. 그렇지만 1462일 만의 1위 등극에도 양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일 뿐"이라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현재까지 목표보다 성적을 초과 달성했으니 더 욕심낼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양 감독은 "여전히 4월과 5월 목표는 5할이다. 사실 4월도 아직 6경기나 남았기에 안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가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건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무리한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양 감독은 "초반에 치고 올라가고 싶어도 우리는 치고 올라갈 선수가 없다"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 아쉬운 건 정대현-이승호 두 불펜 투수다.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순위 싸움에 집착하다 보면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승부는 정대현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다. 양 감독은 "4,5월 5할만 하면 자신 있다"고 말한다. 돌아올 선수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롯데 선수들의 몸 속에 새겨진 '슬로우 스타터' 기질을 믿기 때문이다. 또한 3년 연속 시즌 중반부터 치고 올라갔던 경험이 선수들에게 있으므로 6월 이후 본격적인 승부를 걸어 보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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