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결혼의 꼼수'(극본 박형진, 연출 이민우) 김원준이 나쁜 남자의 매력이 아닌 그냥 나쁜 남자로 강혜정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김원준은 '결혼의 꼼수'에서 유건희(강혜정)의 대학 선배이자 첫 사랑 박수호로 삼각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박수호는 대학 시절부터 유건희와 남다른 감정을 나눠왔다. 그는 남녀차별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소한 말 한 마디도 남성우월주의의 잔해로 치부해버리는 유건희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봐준 유일한 남자다.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가 '내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자기 최면으로 이어진 유건희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아등바등 지내는 삶에 익숙해졌다. 이런 유건희에게 박수호가 들어갈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직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 박수호와 유건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강재의 질투를 자아냈다. 유건희는 자신의 곁에 남아준, 어찌 보면 유일한 버팀목일 수 있는 박수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했지만 이에 앞서 박수호가 자신의 절친인 자영이와 약혼을 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나쁜 남자의 매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박수호는 그냥 나쁜 남자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제스처로 유건희를 혼란스럽게 하고 유건희를 좋아하는 이강재를 폭풍 질투에 휩싸이게 하고 약혼녀인 자영이를 화나게 한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한 마디로 자신을 제외한 3명의 남녀가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 사랑에서 착한 성격은 독이고 지나친 타인의 배려는 오해를 낳는다.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보여주고 있는 허세에 찌든 캐릭터 윤빈에 약 2%만 빙의가 되어준다면 '결혼의 꼼수'는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제 슬슬 마음을 보여줄 때가 됐다. 자영이보다 유건희가 더 좋았다고 폭탄 선언을 하든 유건희는 옛사랑이니 자영이를 지키겠다는 의리를 보이든 그건 박수호의 선택이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한편 '결혼의 꼼수'는 도통 관심 없는 모태솔로 커리어우먼과 까칠한 재벌남의 아찔한 연애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꽃보다 남자’, ‘뉴하트’, ‘메리대구 공방전’, ‘여우야 뭐하니’, ‘영웅시대’를 연출한 이민우 감독과 드라마 ‘신파를 위하여’, ‘드라마스페셜-이유’, ‘전설의 고향-계집종’을 집필한 박형진 작가가 힘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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