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과 홍상수 감독, 두 '상수'가 다시 한 번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칸 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영화로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두 작품이 칸 진출의 쾌거를 맛보면서 더할 나위 없이 큰 경사를 맞게 된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배우 윤여정. 윤여정은 칸에 진출한 '돈의 맛'과 '다른 나라에서' 두 작품 모두 출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윤여정은 지난 2010년 영화 '하녀'와 '하하하'로 칸을 방문한 것에 이어 또 다시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됨으로써 진정한 '칸의 여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사실 윤여정의 칸 진출은 새삼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칸이 주목하는 임상수 감독의 작품에 윤여정은 어김없이 얼굴을 내보이면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 그가 임상수 감독과 한 작품만도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 '돈의 맛' 벌써 네 작품째다.
이처럼 중년 여배우가 한 감독의 뮤즈로 낙점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찬욱 감독이 "한 눈에 보고 반한 배우"라며 자신의 뮤즈로 배우 강혜정을 낙점하는가 하면 최근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의 주인공 김옥빈 역시 충무로 유명 감독들의 뮤즈로 떠오르는 등 주로 젊은 여배우들이 감독의 '뮤즈'가 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여정이 임상수 감독의 뮤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중견 여배우치고는 굉장히 파격적인 연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오는 5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돈의 맛'에서 윤여정은 돈의 맛에 중독돼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백씨 집안의 안주인 백금옥 역을 맡아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했다. 최근 공개된 19금 예고편에선 '젊은 육체' 김강우를 탐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는 전작인 '하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극중 재벌가의 늙은 하녀로 등장,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다)'를 외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하녀와 집주인의 관계 속에서 이를 지켜보며 더욱 은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모습이 브라운관에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스크린 속에선 테이블 위에 누워 파격적인 자세를 연출하지만 브라운관에선 평범한 우리네 시어머니로 변신한다. 그만큼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
KBS 2TV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MBC 수목 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극장을 찾아 '시어머니' 윤여정의 '아찔한' 모습을 보게 됐을때 받게 될 그 신선한 충격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점이 임상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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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당신', '더킹 투하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