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와 한국영화 '은교'가 각각 하루 앞당겨진 오는 25일 개봉을 확정하며 맞대결에 돌입한다. 올 여름 쏟아지는 외화 블록버스터물과 한국영화 화제작들과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어벤저스' 이후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은 히어로물을 쏟아내고 한국영화는 '은교' 이후 당분간 19금 화제작들로 극장가를 달굴 예정이다. 영진위 예매율은 24일 오후 기준, '어벤져스'가 49%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은교'는 20.7%로 2위로 그 뒤를 뒤쫓고 있다. 각 영화가 지닌 장단점은 무엇일까?
'어벤져스', 액션은 '끝판왕' 이야기는 '글쎄'
'어벤져스'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총출동, 지구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과의 대결을 위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 슈퍼 히어로들이 어벤저스 작전에 투입돼 지구의 운명을 구한다는 내용의 블록버스터. 제작 단계부터 영웅들의 총집합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장점 - 따라올 자가 없다..액션 '끝판왕'
'어벤져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화려하고 거대한 액션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슈퍼 히어로들이 무려 6명이나 뭉쳤으니 그들이 선사할 액션은 말 하지 않아도 짐작할 정도다.
아이언맨은 전작인 '아이언맨' 시리즈를 통해 보여줬던 그만의 재치있는 입담과 더불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들을 물리치는 강력한 능력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디 그뿐이랴. 헐크는 아무도 말리지 못한 무시무시한 힘으로 적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토르는 번개를 모아 내리치는 짜릿함을 선사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액션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3D 기술까지 함께 포함돼 있어 액션 최고봉 '미션 임파서블'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한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라 할 수 있겠다. 적들이 마치 관객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것 같은 3D 효과는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 단점 - 주인공이 너무 많았나..다소 길어진 스토리 전개
대부분의 영웅 영화들이 그렇듯 '어벤져스'도 스토리적인 면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을 남겼다. 주인공이 6명이나 되니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느라 스토리가 조금 늘어진 것.
6명의 최강 히어로들이 모인 만큼 볼거리는 화려했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이언맨은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캡틴 아메리카는 구시대의 영웅이 현대에 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어벤져스'의 홍일점 블랙 위도우는 자신과 미묘한 관계에 놓여있는 호크 아이와의 감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영웅들이다보니 한 명이라도 소홀히 했다간 '서운하다'는 소리를 들었을테니 말이다.
'은교', 파격연기 이슈몰이..원작과의 비교는 NO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소녀의 싱그러움에 매혹 당한 70세 위대한 시인 이적요(박해일), 스승의 천재적 재능을 질투한 35세 제자 서지우(김무열), 위대한 시인을 동경한 17세 소녀 은교(김고은),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이 세 사람의 욕망과 질투를 그린 작품이다. '은교'는 장점이 단점이 되는 양날의 칼을 쥔 영화.
# 장점 - 검증된 내용, 배우·감독에 대한 신뢰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이 '은교'의 경우에는 장점의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박범신 작가의 동명 소설은 인간 관계의 내밀한 감정들을 밀도 깊게 표현한 것과 동시에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함께 관능적인 묘사들로 독자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펼쳐줬다. '이 내용이 과연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그려질까?'란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을 극장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이미 검증된 내용과 함께 활자에서 생명을 입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조화도 좋다. 자칫 보는 이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70대 노인 역을 30대 배우 박해일이 연기하며 이질감을 좁혔고, 이 작품으로 파격적인 스크린 데뷔식을 치르는 김고은은 신인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해 냈다. 시인과 소녀 사이에서 고뇌하는 제자 김무열 역시 원작의 묘사를 '뒤엎는' 외모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물론 원작과 비교했을 때, 보다 얕아진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캐릭터의 축약 등은 원작 팬들에게 불만을 안겨줄 수 있지만, 영화의 내용은 오히려 그 만큼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자체로 '은교'를 감상했을 때 설득력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연일 이슈가 되는 김고은의 과감한 노출 연기가 전부가 아닌 영화라는 점이 장점이다. '사랑니',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란 점은 어느 정도 신뢰감을 안겨준다.
# '단점', 19금 영화인데 자칫 지루?
흥행에 있어서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어벤져스'가 12세 관람가 등급으로 10~20대, 그리고 남성들을 주축으로 한 성인 관객들의 발길도 끌어모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는 반면, '은교'는 10대 관객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를 느끼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어필하는 것이 관건.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가 아니고 스토리 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예술영화는 아니나, 이슈화되는 자극적인 부분만을 기대하고 보러 간 관객들은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은교'의 경우 초반 '치고 빠지기' 보다는 SNS를 통한 입소문이 중요한 영화라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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