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입봉 PD의 작품이라니 믿을 수 없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4.24 17: 52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치열한 수목극 전쟁에서 드디어 1위 고지를 점령한 '적도의 남자'가 연일 화제인 가운데,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의 원인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드라마 '태양의 여자'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인영 작가의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동공연기’ ‘신체연기’ 등 화제를 모은 출연배우들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도 주효했지만, 이 작품이 모처럼 ‘웰메이드 드라마’로 회자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이런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배우들의 연기에 방향을 잡아주며 장면 하나하나에 혼을 담은 김용수 PD의 연출력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시력을 잃기 직전 마지막으로 선우(엄태웅 분)가 보게 된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눈 뜬 후 맞닥뜨린 ‘칠흑같은 암흑’의 극명한 대비, 선우를 내리치고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 장일(이준혁 분)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반복하던 결백선언 연습, 자신이 눈이 멀게 된 이유가 절친인 장일에 의한 것임을 기억해내게 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이어지던 그들의 대화 중 장일에게 건네받은 떨리는 ‘우윳잔’으로 표현되었던 선우의 팽팽한 두려움과 무너진 두 절친의 우정,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선우와 만나 레스토랑을 나선 후에도 왠지 모를 의심과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 발걸음을 돌리려다 차마 그러지 못한 장일의 ‘신발’... 화면을 꽉 채워 시청자들에게 보여진 이 독특한 장면들은 김용수 PD의 섬세한 감각이 동원된 연출의 힘이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그가 보여준 새롭고 독특한 장면들과 등장인물들의 밀착된 심리묘사는 김용수 PD가 보여준 이전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훨씬 와닿게 된다. 특히 ‘드라마시티’와 ‘드라마스페셜’로 이어지는 KBS의 단편드라마들을 통해 탄탄히 다져온 그의 연출은, 단막극이었기에 가능했던 다양한 시도들과 새로운 접근방식의 노하우가 켜켜이 쌓인 결과다.
이 가운데 지난 21일 미국에서 열린 휴스턴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김용수 PD의 직전 연출작으로 지난해 방송됐던 KBS드라마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작가 박연선/총 8부작)가 TV시리즈 가족·청소년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50여년 전통의 휴스턴영화제를 통해 다시한번 연출력을 인정받게 된 것.
한편 '적도의 남자'는 13년 후 눈을 뜬 선우와 뒤틀린 욕망에 눈이 먼 스타 검사 장일의 재회, 두 남자의 팽팽한 2라운드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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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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