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박찬호-윤석민,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24 22: 10

빅매치로 관심을 모은 한판. 그러나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24일 광주구장은 일찌감치 1만2500석 전좌석이 매진됐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과 KIA 에이스 윤석민(26)의 선발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경기 전 KIA 선동렬 감독은 "경기가 아주 일찍 끝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두 투수의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투수 모두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박찬호는 제구력 난조, 윤석민은 슬라이더에 의존한 피칭에 발목이 잡혔다.
▲ 박찬호, 제구력 난조

박찬호는 1회 중견수 고동진이 어이없이 공을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선취점을 줬다. 박찬호는 "실책은 경기를 하다 보면 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던지는 공에 볼이 많으면 실책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찬호의 말대로 이날 경기는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다. 2회말 차일목-홍재호 하위타자들에게 볼넷을 내줬다. 결국 이용규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2회 투구수 22개 중 7개가 이용규 상대.
3회에도 나지완에게 볼넷을 준 박찬호는 4회 2사 2루에서 이용규-김선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이용규에게 8개 공을 던지며 힘을 소진한 게 결정타였다. 2사 만루에서 안치홍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제구난 속에서도 위기관리능력을 보인 박찬호는 그러나 5회 최희섭에게 안타를 맞은 뒤 나지완에게 또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되지 않았고 결국 5-2 리드 상황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찬호는 12⅔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9이닝당 볼넷 2.13개로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KIA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에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심을 맡은 윤상원 심판위원의 스트라이크존도 깐깐한 편이었다. 5차례 풀카운트 승부와 볼넷 6개 남발. 이미 투구수는 80개를 넘긴 상태였고, 한화 벤치에서도 투수교체 시기를 더 빠르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박찬호의 투구수 96개 중에서 스트라이크가 52개, 볼이 44개였다. 경기 후 박찬호는 "오늘 경기는 볼넷 많았고, 그래서 투구수가 많아졌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공격적으로 피칭하지 못하며 투구수가 늘어난 것에 아쉬워했다. 승리투수 요건 앞두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건 만큼 아쉬운 건 없다.
▲ 윤석민, 슬라이더밖에 없었다
윤석민의 피칭도 기대이하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윤석민은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53으로 특급 피칭을 펼쳤다. 경기 전 선동렬 감독도 "이보다 더 잘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 이상 좋을 수 없다"는 말로 에이스 윤석민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나타냈다. 기대대로 1회 시작부터 강동우-이여상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4회부터 흔들렸다. 장성호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맞은 게 시작. 이어 김태균에게 우중간 안타와 고동진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이대수와 승부를 벌인 윤석민은 3구째 132km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이대수의 배트가 기다렸다는 듯 반응했다. 타구는 우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3타점 3루타로 이어졌다. 단숨에 3-2 역전.
5회에도 강동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이어진 1사 2루. 장성호와 승부에서 윤석민은 2구째 135km 슬라이더를 구사했으나 이게 그만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장성호도 제 타이밍에 힘차게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10m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장성호의 노림수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이대수-장성호에게 맞은 결정타 모두 슬라이더. 이날 윤석민이 허용한 안타 7개 중 2개가 5개가 슬라이더였다. 한화 타자들은 철저하게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파고들었다. 최고 140km까지 찍힌 윤석민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도 노림수를 갖고 들어온 타자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이날 90개의 공을 던진 윤석민은 직구(36개)·슬라이더(34개) 비율이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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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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