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승리투수 요건 눈앞에 둔 박찬호를 강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지며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투수교체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기어이 승리를 엮어내며 4연패에서 벗어났다.
25일 광주 KIA전을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가 기대보다 조금 더 잘해주고 있다"고 만족하면서도 "7회 이상은 웬만하면 맡기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이미 지난 2경기에서 투구수 80개가 넘어 구위 하락을 보였기 때문에 투수교체 타이밍을 빠르고 과감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였다.
예고대로 한 감독과 한화 벤치는 빠르게 움직였다. 1회 19개, 2회 22개, 3회 18개 공을 던진 박찬호는 4회에만 볼넷 2개를 남발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하는 등 28개 공을 던지며 힘을 소모했다. 5회에도 최희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나지완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미 투구수는 96개. 정민철 투수코치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구심으로부터 볼을 넘겨받았다. 투수교체 신호였다.

박찬호는 지난 2경기에서 6⅓이닝을 던지며 퀄리티 스타트를 펼쳤다. 하지만 2경기에서 모두 7회·80구 이후에 안타와 홈런을 맞고 실점했다. 5회였지만 한화가 오랜만에 5-2로 리드 잡은 시점에서 승기를 내줄 수 없다는 게 한화 벤치의 판단이었고 이는 과감한 결단으로 이어졌다. 지난 2경기에서 투수교체 타이밍이 늦었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교체로 갔다.
박찬호는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찬호를 내린 한화는 곧바로 필승조 송신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한화 벤치가 의도한 대로 경기가 흘러가지는 않았다. 송신영이 볼넷과 수비 실책 그리고 안타로 5-5 동점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박찬호를 선발승 목전에서 내림으로써 연패 탈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한화 타선은 6회초 대타 이양기의 좌익선상 적시 2루타에 이어 강동우의 희생플라이, 이여상의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6회부터는 김혁민과 박정진 그리고 7회에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를 조기에 투입시켰다.
박찬호의 5회 강판 이후 한화는 필승조를 총동원으로 승리를 향해 간절한 의지를 보였다. 타자들도 8~9회에만 무려 6득점으로 폭발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긋지긋한 연패 탈출 위한 한화 벤치의 과감한 승부수가 선수들의 승부 근성을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