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시절에도 김우열 인스트럭터께 배웠다고 하더라. 그 점도 있는 만큼 자기 타격을 찾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하자 본인도 수긍하고 숙소로 향했다".
당장 급하다고 1군으로 올리기보다 제대로 된 타격폼을 회복하고 내실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또한 이는 선수 본인은 물론 포지션 경쟁자들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지난해 도루왕(46도루) 오재원(27)을 2군 합숙조로 편성했다.
김 감독은 지난 24일 문학 SK전에 경기 시작 1시간 전 쯤 뒤늦게 도착했다. 퓨처스 선수단 숙소이자 홈 구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고 오느라 늦은 것이다.

"1라운드 신인 윤명준이 수술 받은 발목 부위 재활을 마치고 첫 실전을 치렀고 다른 선수들도 지켜보느라 늦었다"라고 이야기한 김 감독. 대개 2군 경기를 마치고 나면 1군 감독에게 보고서 형식으로 좋아진 선수들과 아직 보완점이 남아있는 선수들의 리스트가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바쁜 와중에서도 가깝지 않은 거리를 오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보고서와 실제 경기를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1군 감독이 직접 경기를 본다는 점은 2군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라며 2군 선수들의 기량 성장을 직접 확인하는 데도 주목한 김 감독. 이천에 다녀오며 김 감독은 지난해 주전 2루수로 맹활약한 오재원을 2군 합숙조로 편성하고 돌아왔다.
지난 시즌 2할7푼7리 6홈런 46타점 46도루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타이틀홀더로 우뚝 선 오재원. 그러나 올 시즌에는 6경기 10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14일 사직 롯데전서 상대 타자주자 강민호와의 충돌로 오른쪽 종아리에 타박상을 입은 뒤 15일 2군으로 내려갔다.
"오재원은 부상 회복과 함께 곧바로 올리기보다 자기 타격감을 찾았을 때 올리고자 한다". 전지훈련 막판 고감도 타격을 보여주던 오재원은 시즌 개막 후 특유의 매서운 스윙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다. 부상 부위 회복과 100%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어버렸던 타격 매커니즘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김 감독의 의견이었다.
"김우열 인스트럭터께 부탁해 오재원을 잠실 출퇴근조가 아닌 2군 숙소 합숙조로 편성하게 했다. 오재원이 경희대에 재학하던 시절 김 인스트럭터께 배워서 기량을 성장시켰던 전력도 있더라". 프로 원년 전신 OB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김 인스트럭터는 그동안 유소년 유망주들을 가르치다가 김 감독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올 시즌 두산 2군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하고 있다. 일단 오재원의 합숙조 편성은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 기량을 순조롭게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또한 오재원희 합숙조 편성은 단순한 선수의 감각 찾기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다. 24일 경기 도중 고영민이 오른 발목을 접질리는 타박상을 입었으나 4년차 유망주 허경민이 2루수로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으나 두 경기 만에 2군으로 내려갔던 또다른 2루수 최주환도 2군 10경기서 3할3푼3리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공격형 내야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두산의 2루는 알려진 선수들의 현재 부상 상태를 보면 헐거워보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들의 잠재력까지 감안하면 결코 호락호락한 포지션이 아니다.
이는 속내를 살펴보면 주전 선수의 회복에만 목을 매고 있지 않겠다는 감독의 뜻이 숨어있는 책략이다. 당장만을 생각하기보다 선수들의 경쟁 심리 촉발 및 제대로 된 기량 상향 평준화를 꿈꾸는 김 감독의 전략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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