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불운, 강판 후 실점과 수비 실책에 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25 06: 43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에게 희한한 징크스가 생겼다. 주자를 남겨놓고 강판될 때마다 구원투수들이 홈으로 불러들였다. 올 시즌 박찬호가 기록한 9실점 중 5실점이 이런 식이었다.
박찬호는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한국프로야구 데뷔 후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이닝 5피안타 6볼넷 3탈삼진 4실점(1자책). 4회까지 2실점으로 막아낸 박찬호는 5회 최희섭에게 안타, 나지완에게 볼넷을 내준후 송신영에게 마운드르 넘겼다.
그런데 송신영이 후속 타자들에게 볼넷과 수비 실책 그리고 안타를 맞으며 박찬호의 승계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 과정에서 3루수 이여상의 송구 실책이 나와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박찬호로서는 3경기 연속 구원투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이었던 지난 12일 청주 두산전부터 그랬다. 이날 박찬호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회 안타 2개를 맞고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5-0으로 넉넉한 리드상황이었고, 등판 간격이 길었던 필승조 송신영이 투입됐다. 그러나 송신영이 고영민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박찬호의 실점은 무실점에서 2실점으로 불어났다.
18일 청주 LG전에서도 박찬호는 7회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마일영에게 넘겼지만, 마일영이 후속 타자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기어이 박찬호가 남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역시 수비 실책이 끼어 있었다. 주자를 남기고 내려간 것도 선발투수의 몫이지만 구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만약 구원진이 박찬호의 승계주자를 실점하지 않았다면 박찬호의 평균자책점은 3.24가 아니라 1.62가 되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수비 실책도 많았다. 올 시즌 한화가 기록한 실책 11개 중 5개가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에 나왔고 그 중 4개는 박찬호가 던지고 있는 이닝에서 속출했다. 실책이 곧 실점으로 연결된 것도 3차례. 그 중에서 2개는 또 박찬호가 남긴 주자를 구원한 뒷투수에게 나온 것으로 그로서는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의연했다. 그는 "수비는 경기를 하다 보면 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던지는 공에 볼 많으면 실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던지는 것에만 신경 써서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주위의 환경이 어떠하든 자신의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겠다는 의미. 투수의 불운에 대해 "남을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탓하라"는 KIA 선동렬 감독의 조언과도 일치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박찬호의 모습에는 불운 속에서도 의연함이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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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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