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오늘을 계기로 살아날 것이다".
한화의 시즌 출발을 암울했다. 두 차례 3연패에 이어 4연패까지 시즌 첫 12경기에서 2승10패 승률 1할6푼7리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이대수(31)도 이 같은 책임론에서 피할 수 없었다. 그는 팀의 첫 12경기에서 나온 실책 9개 중 4개를 저질렀고 그 중 3개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대수가 실책한 3경기 모두 한화가 졌다.
설상가상으로 방망이도 맞지 않았다. 개막 후 12경기에서 37타수 8안타 타율 2할1푼6리로 지난해 3할 타자의 면모가 사라졌다. 공수에서 기대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한화 추락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개막전부터 실책 2개로 꼬인 게 10경기 이상 이어졌다.

하지만 이대수는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이대수는 3타수 1안타 3타점 1볼넷 1희생타를 기록했다. 유일한 1안타가 결정 타였다. 팀이 0-2로 끌려다니던 4회초 1사 만루에서 윤석민의 3구째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밀어쳐 우중간을 가르는 역전 3타점 3루타로 연결시켰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한대화 감독이 이대수에게 강조한 건 '자신감'이었다. 한 감독은 "자신있게 하라. 투수한테 이기려들라"고 주문했다. 이대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냥 흘려보냈지만 볼 하나를 골라낸 후 3구째 노린 슬라이더로 그간의 울분을 씻어냈다. 난타를 거듭한 이날 경기에서 윤석민을 흔들어놓은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이대수는 "이제 한 경기를 이긴 것이지만 나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오늘(24일)을 계기로 살아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하리만큼 시즌 초반 꼬일 대로 꼬이는 바람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대수도 힘들었고, 팀도 답답했다. 하지만 이날 팀이 4연패를 끊고, 이대수도 실책없이 결정타 한 방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대수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수비 실책을 계속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소극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팀의 추락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이대수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자신도 모르게 수비에서 움츠러들었고, 이것이 다음 플레이에도 지장을 줬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라는 타이틀도 이대수에게는 오히려 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KIA전 연패 탈출과 결정타 한 방으로 반전 계기를 확실히 마련했다. 이대수는 "이제부터 만회하도록 하겠다"며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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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