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의 의상 위에서 전시 작품들이 춤췄다.
디자이너 문영희와 국립현대미술관의 다각적 콜래보레이션이 24일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 파리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디자이너 문영희는 현재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의 단색화’ 전시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자신의 아카이브에서 적합한 작품을 선택해 패션쇼를 개최했다. 콘셉트는 ‘변형과 볼륨의 자유’.
이날 미술관 중앙홀에서 콜래보레이션 오프닝 행사로 진행된 패션쇼는 협업의 콘셉트가 그대로 반영된 듯했다.

▲변화무쌍한 화이트
문영희 디자이너가 선보인 런웨이의 가장 큰 특징은 단색 속에 공존하는 다양성을 보여줬다는 점.
같은 흰색이라도 순수하게 빛나는 순백부터 클래식한 느낌의 아이보리까지 다양한 색감을 자아내는 의상들이 눈길을 끌었다.
형태와 소재 또한 특유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듯, 풍선처럼 부푼 실루엣부터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트한 시스루까지 제한을 두지 않으며 ‘한국의 단색화’가 제시하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표현했다.

▲강렬한 컬러와 자유의 조화
강렬한 원색과 블랙 또한 자유롭게 쓰였다. 하지만 도발적이기보다는 한국적인 컬러의 조합이 돋보였다.
여러 가지 컬러를 뒤섞기보다는 한 가지 컬러를 택하고 소재에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미해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며 ‘단색화’가 주는 느낌을 살려냈다.
역시 도전적이고 특이한 형태들이 시선을 모았는데, 시스루 소재의 팬츠를 길게 늘어뜨려 치마도 바지도 아닌 중간 단계의 팬츠를 선보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원단을 뭉쳐놓은 듯한 소재의 재킷은 패턴의 입체적인 변형을 보여줬다.
옷 곳곳에 드러난 볼륨감은 이번 쇼의 콘셉트처럼 보다 자유스러운 형태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듯이 보였다.

▲문영희는 누구?
1992년 브랜드 '문영희'를 런칭한 뒤 1996년 파리로 진출한 문영희는 17년간 34시즌 한번도 빠짐없이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참여하며 세계 패션계의 인정을 받았다.
200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 훈장 L'Ordre National Du Merite를 받았으며, 2010년에는 서울패션위크 10주년 기념 헌정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미술관 속 런웨이’를 선보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문영희는 “이번 쇼로 패션 또한 순수예술과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콜래보레이션이 후배 디자이너들의 작업에도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뜻깊은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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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