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말은 하지 말자."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가 3연패에 빠졌다. 야구경기에서 연패는 흔하다. 시즌 초반이지만 두산을 제외하고 다른 7개팀이 모두 2연패 이상을 경험했다.
연패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연패에서 얼마나 빨리 탈출하느냐는 분명 중요하다. 팀을 재정비하는 능력이 곧 강팀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강팀은 연승을 할 수 있는 팀이 아니라 연패에 빠지지 않는 팀이다. 곧 연패라는 수렁에서 빨리 헤쳐나올 수 있는 팀을 말한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SK는 분명 강팀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만수 신임 감독 체제로 바뀌어 맞이하고 있는 SK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 맞다지만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몫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있기 때문이다. 팀은 7승5패를 기록 중이지만 단독 선두에서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살짝 주저앉은 분위기를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지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SK에게 부딪힌 첫 난관이라는 점에서 야구계는 일단 조심스러우면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SK는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1-2로 완패했다. 1점차라는 점에서 '완패'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외국인 선발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가 8⅔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사실상 완투를 하며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타선에서는 최정의 홈런 외에 침묵했다. 1안타 빈공으로 무기력했다. 야수 조직은 SK답지 않게 빈틈이 자주 보였다. 본헤드 플레이까지 나왔다.
한 두산 관계자는 경기가 끝난 후 "임태훈이 잘던졌다기보다 SK 타자들이 못쳤다"면서 "SK 덕아웃이 전체적으로 다운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마침 이만수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스스로 '안된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말을 했는데 나부터 반성한다. 이제 덕아웃에서는 즐겁게 야구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이제부터 항상 긍정적인 말만 하자. 덕아웃이든 어디서든 부정적인 말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 그저 우승만 생각하고 가자"고 강조한 이 감독은 "You can do it. We are the champion(할 수 있다. 우리가 챔피언)"이라며 의지를 불어넣기도 했다.

이에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 비가 와서 앞 두 경기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했다면 경기를 다 내줬을 수도 있다"고 그동안의 덕아웃 분위기를 들려줬다.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과 20일 잠실 LG전을 내주며 첫 연패에 빠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일과 22일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뜻이었다.
최경환 타격 코치가 6개월 동안 정성스럽게 기른 콧수염을 자른 것도 그런 이유다. "타자들의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말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 사실이다. 이날 최 코치는 'Never 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말라)'이란 문구가 적힌 덕아웃 화이트보드에 'Be aggressive(공격적으로)'라는 문구를 추가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신적으로 힘든 건지 육체적으로 힘든 건지 아무튼 선수들이 지쳐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미 작년 대행시절 연패를 경험했다. 2연패 두 번에 5연패도 한 번 당했다.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팀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으며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팀을 이끌었다. 경험 가득한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다. 결국 이 감독이 또 한 번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룬 선수들에 믿음을 발휘하느냐가 연패 탈출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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