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고 표현할 만큼 분위기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부진의 늪에서 빠졌다가도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상승 무드를 타기도 한다. 흔히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비 FA' 김주찬(31, 롯데 외야수)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23일까지 타율 2할3푼1리(52타수 12안타) 2타점 7득점에 불과했다.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은 그가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3할대 팀타율을 기록할 만큼 롯데 방망이가 뜨겁지만 김주찬만 되살아 난다면 더욱 막강한 타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주춤했던 그가 타격감을 되찾을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24일 대구 롯데전서 천금같은 결승타를 터트리며 6-2 짜릿한 역전승을 선사했다.

김주찬은 2-2로 맞선 2사 만루에서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의 직구를 공략,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좀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김주찬이지만은 2루 베이스에 안착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그동안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불운에 아쉬움을 삼켰던 김주찬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한 방이었다. 최근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그는 이날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2할4푼6리까지 끌어 올렸다.
그는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통해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갔었는데 오늘 이 한 방을 통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부진 탈출을 간절히 바랐다. 이어 그는 "투스트라이크 이후 야수들이 많이 전진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배트 중심에 맞추면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아 중심에 맞추는데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50도루 보증수표'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주루 능력이 뛰어난 김주찬은 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꼽힌다. 그가 상대 배터리를 뒤흔든다면 득점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김주찬은 올 시즌을 앞두고 "코치님들도 '많이 뛰어 달라'고 주문하셨다.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뛰어야 한다"고 대도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에게 24일 대구 삼성전은 그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만큼이나 값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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