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구장. '끝판대장' 오승환(30, 삼성)은 전날 악몽에서 벗어난 듯 했다. 그의 표정에는 역전패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상과는 달리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오승환은 24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 전준우에게 솔로 아치를 허용하는 등 ⅔이닝 6실점(4피안타 2볼넷 1탈삼진)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오승환의 프로 데뷔(2005년) 후 한 경기 최다 실점. 그리고 지난해 5월 20일 대구 두산전 이후 340일 만에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2009년 7월 16일 대구 두산전 이후 1013일 만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오승환은 25일 "왜 그렇게 맞았을까. 마운드 위에서 던질때부터 뭘 던져야 하나 그 생각 밖에 없었다"면서 "아무리 못 막아도 어제처럼 맞으면 안된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안지만에게 "너 내 점수 다 주더라. 다음에 니 점수 주더라도 뭐라고 하지 마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전날 선발 포수로서 마스크를 썼던 이정식은 "속상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김태한 삼성 불펜 코치는 "평생 줄 거 다 줬다"면서 오승환을 다독거린 뒤 "공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포수 또한 구위가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 전준우와의 대결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성급하게 던져 홈런을 맞은 뒤 자존심이 강한 오승환이기에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밝혔다.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다. 오승환도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은 오승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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