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소극적으로 되면 공격면에서도 타격을 입는다".
심재학(40)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비코치가 외야수 장기영(30)을 보며 최근 느꼈던 생각이다.
장기영은 올해 타율 2할9푼을 기록중이다. 출루율도 2할3푼9리로 테이블세터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수비에서도 1번의 실책과 몇 번의 실책성 플레이를 보여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심 코치는 "(장)기영이가 몇 번 실수를 하더니 자신감을 잃었다. 수비가 소극적으로 되면 공격면에서도 위축된다. 타석에서는 한 번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수비는 경기 내내 타격이 있다"며 최근 장기영의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장기영은 지난 24일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 번에 털어버릴 호수비를 선보였다. 그는 잠실 LG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이진영의 잘 맞은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하는 수비를 보이며 LG의 끝내기 승리를 막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팀은 결국 연장 12회초 4득점을 폭발시키며 7-3 승리를 거두고 6승6패 5할 승률을 맞추는 동시에 단독 5위가 됐다. 시즌 첫 연승 기록도 세웠다. 장기영은 이날 숨은 MVP로 뽑히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5일 만난 장기영은 "슬라이딩이라도 해서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뛰었다"며 "원래 수비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최근 몇 번 잡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등 실수가 있다보니 스스로도 불안한 점이 많았다. 어제 수비를 계기로 자신감이 생겨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심 코치도 "기영이가 이번 일로 자신감을 좀 찾았으면 좋겠다. 팀 성적도 그렇지만 기영이 스스로도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장기영에게 조언을 보냈다.
장기영은 한편 이날 팀이 2-0으로 앞선 5회초 2사에서 1루수 왼쪽에 떨어지는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타자 이택근의 좌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아 공격면에서도 빠른 발을 자랑했다.
이날이 아니어도 유독 내야안타가 많은 장기영이다. 장기영은 "내야안타를 잘치는 비결은 없다.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뛰었으면 벌써 타율이 3할은 됐어야 하지 않나. 그냥 살아 나가려고 치고 달릴 뿐"이라고 말했다.
장기영은 올해 1번과 2번, 9번 등 상하위 타선에서 출루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사실 나는 공격형이기 때문에 출루에 부담은 좀 있다. 투수가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도록 괴롭혀야 하는데 아직 잘 안된다. 치고 싶은 공도 참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고충을 밝혔다.
올해 장기영의 목표는 전 경기 출장이다. 팀의 베테랑 외야수 송지만이 지난 24일 발목 골절로 재활 3개월 진단을 받으면서 그의 역할이 더 커졌다. 장기영은 "어느 역할이든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싶다. 기록적인 욕심은 없다. 대주자든 테이블세터든 내 역할을 잘해 전 경기에 출장하다 보면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4일 선보인 호수비로 장기영은 넥센 팬들을 넘어 야구계 전체의 주목을 받았다. 빠른 발이 장기인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수 양면에서 다시 '펄펄 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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