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 뛰어!'.
이젠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이 방망이 뿐만 아니라 베이스 러닝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동안 뛰는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25일까지 3차례 베이스를 훔쳤다. 현재 분위기라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1999년, 10개) 경신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이승엽은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2번째 홈스틸을 성공시키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팀이 2-6으로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빛을 잃었지만 그야말로 센스 만점이었다.
1-0으로 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로 출루한 이승엽은 롯데 선발 쉐인 유먼의 폭투 두 번에 2루와 3루를 차례로 밟았다. 강봉규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 ,3루에서 강봉규가 2루를 훔쳤고, 롯데 포수 강민호가 2루로 송구를 하자 이승엽은 지체없이 홈을 파고 들었다.
유격수 문규현이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이승엽은 강민호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해 홈을 밟았다. 1997년 6월 24일 사직 롯데전 이후 생애 두 번째 기록이었다. 사실 이승엽은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주루 센스가 좋은 편이다.
김재걸 삼성 1군 작전 코치는 "승엽이의 주루 센스가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굳이 뛸 필요가 없었고 부상 우려 때문에 (도루를) 잘 안 했다"면서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주루 센스"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김 코치는 "주루 코치의 조언을 받아 들이는게 능력이 좋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신명철, 강명구, 조동찬, 배영섭, 김상수 등 삼성의 육상부원 뿐만 아니라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 등 파괴력 넘치는 중심 타선까지 뛰는 야구에 가세한다면 득점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젠 상대 투수들도 승엽이가 나갔다고 안심할 순 없다". 김 코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이어 그는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기습 도루를 성공시키면 상대 배터리에 주는 압박감이 더욱 커진다. 후속 타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승엽은 도루와 관련된 물음마다 "코치님께서 한 번 뛰어 보라고 하셔서 시도했다. 코치님 사인이 없으면 못 뛴다"고 공을 돌렸다. 이승엽에게서 홈런 타자 이미지만 떠올린다면 오산에 가깝다. 이제는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팔방미인이다. 화끈한 공격 야구 뿐만 아니라 한 박자 빠른 야구 또한 이승엽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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