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LG전 승리에 담긴 치밀한 전략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4.26 11: 19

넥센 히어로즈가 짜릿한 연장 12회 승리로 물이 올랐다.
넥센은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3-0으로 앞서다 6회 3-3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7-3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부터 유독 만나면 치열했던 LG를 상대로 한 승리였기에 팀의 기쁨이 두배였다.
김 감독은 25일 잠실 LG전이 우천 연기된 뒤 전날 경기에 대해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평했다. 그는 "어찌 됐든 우리보다 상위에 있는 팀이고 실력 있는 팀이다. 그런 팀을 지난해부터 한 두번씩 이기다 보니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단순히 운으로만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먼저 경기의 숨겨진 수훈선수는 외야수 장기영이다. 좌익수로 출장한 장기영은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이진영의 잘 맞은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날 장기영의 수비는 워낙 장기영이 몸을 사리지 않는 슬라이딩을 선보인 것도 있지만 사실 넥센 코치진의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재학 외야수비코치는 25일 "최근 경기를 보니 (이)진영이의 타구가 주로 좌익선상에 붙었다. 그래서 진영이 타석에서 기영이에게 좌익선 쪽으로 다섯 발자국만 가라고 했다. 때마침 진영이가 좌익수 쪽으로 쳤고 기영이가 더 잘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수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12회까지 쉽사리 점수가 나지 않았다. 넥센은 초공격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김 감독은 "12회 허무하게 2아웃이 되면서 이길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다들 오늘 비기거나 LG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허도환이 안타 치고 나가면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허도환이 없는 수비 부담을 무릅쓰고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했다. 유재신에게는 "죽어도 좋으니 나가서 타이밍이 좋으면 뛰라"고 말해뒀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 바로 대타로 지난해 말부터 장타 능력이 향상된 오재일을 내세웠다. 감이 좋은 만큼 적어도 2루타는 때리거나 좋으면 홈런이라도 날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 감독은 "내가 아무리 바라도 선수들이 못해주면 끝이다. 한 두점만 내도 투수들이 부담이 적을텐데 선수들이 끝까지 몰아치며 4점이나 내줬다. 정수성은 자기 타구에 발을 맞고도 타격을 하겠다더니 2루타를 쳐줬다"며 12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넥센은 이날 짜릿한 연장승과 동시에 6승6패 5할 승률을 달성하며 시즌 첫 연승과 단독 5위 등극이라는 기쁨까지 덤으로 맛봤다. 코치진의 전략과 선수들의 투지가 빚어낸 12회 2아웃 이후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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