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아, 티바 많이 쳐보니까 어떻노. 공이 딱 니 앞에서 멈춘다는 느낌이 안 드나".
시범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지난 3월 사직구장. 경기가 끝난 뒤 불펜 쪽에서 타자들의 나머지훈련이 한창이었다. 당시 시범경기서 5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박종윤(30)은 감각을 잃지 않기위해 경기가 끝난 뒤 끊임없는 섀도우 스윙을 하며 타격폼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바로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훈련을 지켜보던 롯데 박정태(43) 타격코치는 박종윤의 타격폼에 대해 따로 지적을 하진 않았다. "이제 어느정도 경지에 올라왔다. 종윤이는 타자로서 한 단계 발전했다"고 호언장담한 박 코치는 "지난 겨울동안 종윤이는 티바를 누구보다 열심히 쳤다. 그 덕분에 타격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티바(Tee bar)는 타자들의 훈련법 가운데 하나다. 마치 골프에서 티배팅을 하듯 스트라이크 존 높이의 티바 위에 공을 올려놓고 타격을 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타격 훈련법이지만 타격코치에 따라서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입버릇처럼 "티바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타자로서 밸런스를 잡고 타격 폼을 완성하는데 필수"라고 강조할 정도로 티바 훈련의 신봉자다.
박 코치는 박종윤에게 "티바를 많이 치면 타격 자세가 잡히면서 공을 내 눈앞에 세워놓고 칠 수 있다. 그러니까 시즌 들어가도 경기 전 티바 치는거 빼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선수들에게 티바를 강조하는 이유는 박 코치가 현역시절 티바훈련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특이한 타격폼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박 코치였지만 타자로서 기본이 되는 타격 메커니즘은 누구보다 탄탄했다. 끊임없는 티바 훈련이 박 코치의 비법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 코치는 2군 감독에서 자리를 옮겼다. 전임 김무관 코치가 롯데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났기에 많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현재까지 롯데는 팀 타율 1위(.304)를 유지하며 여전히 화끈한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이대호가 빠졌음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타격 덕분에 롯데는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갔다.

롯데 타자들은 박 코치의 티바 훈련 덕분에 많은 효과를 봤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타율 4할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종윤은 "(박정태 코치님이 말씀하신 대로)요즘 타석에 들어서면 공이 내 앞에서 멈추는 느낌이다. 잡아놓고 칠 수 있다"며 티바의 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올 시즌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조성환 역시 최근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박정태 코치님과 했던 (티바)스윙연습 덕을 많이 보고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손아섭 역시 티바 훈련의 신봉자 가운데 한 명이다. 비로 인해 대구 경기가 연기된 25일 롯데 선수단은 삼성의 양해를 얻어 경산 2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티바 훈련을 마친 손아섭은 "티바를 많이 치면 밸런스가 잡힌다. 덕분에 타석에서 몸이 공을 따라가지 않고 딱 잡히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이 내 앞에서 선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다른 선수들이 (티바 훈련을)거른다 해도 경기 전 20개 이상은 반드시 치고 들어간다. 토스 배팅은 대각선에서 공이 올라오는데 실전에선 정면에서 볼이 오지 않나"라고 되묻더니 "티바 훈련의 장점은 공을 내 마음대로 놓고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몸쪽이 약하면 몸쪽에 당겨놓고 타격폼을 수정하는 것이다. 그게 실전에서 다 효과가 나타나더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박 코치는 선수들의 감사 인사에도 "내가 한게 뭐가 있겠는가.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타자들이다. 내가 따로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손사레를 쳤다. "지금 보여주는 게 (롯데 타자들의) 전부가 아니다. 점점 더 올라올 것"이라는 박 코치의 장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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