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를 함부로 썼기 때문에 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독특 '4차원' 디자이너 김민지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게 즐거워요.”
온스타일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에서 톡톡 튀는 외모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바로 김민지.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민지는 여전히 만화영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주인공 같은 외모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어디서 샀을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옷차림에 볼드한 안경, 구불거리는 단발머리. 단, 달라진 것이 있다면 노란색이었던 머리색이 다홍색으로 더욱 화사해졌다는 것.
“평소 자유롭게 옷 입는 것을 좋아해요. 이런 제게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걸입고 다니느냐’, ‘어디가면 이런 옷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요. 하지만 정답은 없어요. 제 눈에 예쁜 옷이면 그만이거든요.”
▲ 가위를 함부로 썼기 때문에 지금 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화장품브랜드 H사의 S/S 컬렉션 의상 제작 미션이 주어졌던 ‘프런코4’ 4회에서 김민지는 엉성한 재단 탓에 ‘가위를 함부로 썼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 심사평은 프런코4에서 심사위원들이 남겼던 가장 인상 깊은 평가들 중 하나다. 실제로 누리꾼 사이에서도 유행어처럼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자칫 상처로 남지 않았을까 우려되어 조심스럽게 물으니 오히려 유쾌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가위를 함부로 썼어요(웃음). 머리도 스스로 싹뚝 자르기도 하고, 한번은 엄마가 외할머니께 선물 받은 커튼을 잘라서 인형 옷으로 만들어 된통 혼난 적도 있어요.”
방송 이후 가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어쩌면 함부로 가위질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프런코4를 끝으로 제 인생은 새롭게 시작이니까. 의기소침해 있기엔 시간이 아깝죠.”

▲ ‘스토리가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김민지는 여성복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평소 ‘예쁜 것’을 선호한다는 취향에 맞춰 브랜드명도 이태리어로 ‘da qui, paradiso bello’ccio(그럭저럭 봐줄만한 아름다운 것들과, 그것들이 여기서 시작된다)’에서 따온 ‘벨로치오(BELLO’ccio)’다.
“제가 남다른 옷을 입는다 해서 제 브랜드 역시 독특함으로 무장했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에요. 전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예쁜 옷’을 선보이고 싶어요.”
‘예쁜 옷’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더니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첫 컬렉션 주제를 공개했다. ‘노화’다. 주제를 들어보니 더욱 아이러니해 진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았죠.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가 있는데 여기에 바이러스를 침투시켜보니 젊은 세포는 바로 죽어버리는 반면 늙은 세포는 최대한 적응을 하려고 하다 결국 변형이 되어 살아남더라고요. 여기서 깨달은 바가 많았죠. 노화가 꼭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기 보단 더 삶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김민지는 ‘추한 것’으로 여기기 쉬운 노화의 대표적인 ‘주름’, ‘검버섯’ 등을 모티브로 이용해 누구나 입고 싶은 그런 자유로운 로맨틱 무드의 ‘예쁜 옷’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가방 속에서 꺼낸 파일함에 들어있던 검버섯에서 모티브를 얻은 시스루 형식의 소재는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으며, 도리어 감탄사가 나 올 정도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어서 다시 한 번 김민지의 디자이너로써의 젊고 유쾌한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 예술가들과의 협업 꼭 기대해주세요

인터뷰 내내 재기발랄한 개성으로 웃음 바이러스를 선사한 디자이너 김민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감성이 완전 깃든 옷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충분히 여건이 된다면 사람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 말고, 제 이름을 걸고 제가 가진 예술적 감성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봐도 제 생각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런 옷이요.”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스케치

“‘올 화이트 룩’은 어떨까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아이템이지만 소재는 각기 다른 것들로 믹스매치를 하면 세련된 룩이 완성될 것 같아요.”
흰색을 특별하게 선택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흰색은 검은색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색상에 속하는데 대체로 사람들은 검은색 옷을 더 편하게 여기는 반면 흰색바지나 구두 등은 ‘빽바지’, ‘빽구두’ 등 고전적으로 여기기보단 우스꽝스러운 표현으로 칭하는 게 늘 궁금했어요. 그래서인지 더욱 흰색을 응원하고 싶네요(웃음).”
in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