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이 좋으니 더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막으면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롯데 자이언츠 사이드암 김성배(31)는 요즘 야구 할 재미가 난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생각지도 않았던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빠르게 불펜의 핵심요원으로 자리잡았다. 롯데가 12경기를 치른 가운데 김성배는 8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중용되고 있다. 정대현이 무릎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김성배가 그 자리를 충실하게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1패 1홀드를 기록중인 김성배는 6⅓이닝을 던져 4피안타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4.26을 올리고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활약은 더 좋다. 김성배는 지난 18일 사직 SK전에서 1이닝동안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그날 경기를 제외한 7경기에서 김성배는 단 하나의 안타도, 단 한 점의 득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성배는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0-2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이어 이명우와 이용훈이 8회를 틀어막은 뒤 9회 롯데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두들겨 무려 6점을 뽑아내 역전승을 거뒀다. 9회 폭발한 타선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지만 그날 경기 후 양승호 감독은 "중간 투수들이 잘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라며 불펜 투수들에 먼저 공을 돌렸다.
오승환을 상대로 한 롯데의 9회 역전극은 김성배에게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25일 경산 삼성 2군 훈련장에서 만난 김성배는 "정말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기"라면서 "우리 팀 타자들이지만 무섭다. 어떻게 상대할지 투수로선 난감하기만 하다"며 웃었다.
김성배가 곧바로 불펜 핵심전력에 합류한 건 롯데로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다. 그는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1차 전지훈련지인 사이판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었다. 갑작스런 롯데 이적에 이은 캠프 탈락은 김성배에겐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몸을 빨리 끌어올려 2월 말 가고시마 캠프 합류에는 성공했다. 당시 김성배는 "작년 평균자책점은 선발로 나갔을 때 다 올려놨다. 짧게 던지는 건 자신있다"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단 팔이 안 아픈게 가장 크다. 김성배는 "이제는 통증이 싹 사라졌다. 팔이 안 아프니까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붙고 마음대로 공이 들어간다"면서 "이제야 야구하는 재미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다시 찾아온 팔꿈치 통증에 마음고생도 많았던 김성배지만 재활을 통해 통증을 줄여 나갔다.
투수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든든한 건 타자의 득점 지원이다. 그렇지만 김성배는 오히려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 팀은 타선이 강하다. 전에 있던 두산과 다른 점이라면 점수차가 조금 나더라도 마운드에서 집중하게 된다. 내가 여기서 막으면 우리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절로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1군 엔트리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또 다른 사이드암 신인 김성호가 26일자로 2군으로 내려감에 따라 김성배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는 1군에 올라온 이재곤과 함께 옆구리를 책임져야 한다. '안 아파서 행복한' 김성배의 2012년 시즌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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