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수가 달라졌다.
190cm의 긴 장신을 소유한 이광수는 어느 프로그램에서든지 눈에 띄는 배우다. 큰 키에 수줍은 미소와 소심한 듯 보이는 조심스러운 행동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개성 있는 외모에 바가지 머리의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콧수염을 하고 코믹한 표정을 지으며 엉뚱한 대사를 하는 모습이 ‘개그맨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시트콤에서 이광수의 코믹적인 이미지는 다음 작품까지 이어졌다. 드라마 ‘동이’, ‘시티헌터’에 이어 ‘총각네 야채가게’까지 오랜 시간 극에 재미를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해오며 ‘이광수=코믹배우’라는 공식이 대중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광수는 영화 ‘간기남’에서 이 공식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극중 선우(박희순 분)의 구박만 받는 일개 조수이지만 가끔씩 천재적 기지를 발휘해 선우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기풍 역을 맡아 열연했다. 기풍 또한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이광수가 해왔던 역할에 비해 연기적으로 섬세한 표현이 필요했다.
‘서번트 증후군’(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앓고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던 것. 이에 이번 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쉬워 보이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장 단순해 보이는 캐릭터가 가장 연기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나. 이광수는 ‘간기남’에서 등을 구부정하게 한 채로 먼 곳을 응시하며 전국의 모텔 주소들을 달달 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알고 있던 이광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호연을 펼쳤다.
영화 ‘레인맨’에서 한번 본 숫자는 모조리 외우는 자폐증환자 레이몬드 캐릭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까지 받으며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이광수는 전작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서 신스틸러로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오늘(26일) 열리는 제48회 백상예술대상의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려 수상을 노린다.
이번에 진짜 배우의 옷을 입은 이광수, 그가 향후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어떻게 넓혀 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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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남’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