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작두’ 김진욱의 용병술 성공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6 21: 50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대단한 커피 마니아다. “술은 전혀 못하지만 커피는 하루에 30잔 가량을 마신다. 마트에서 캔커피 한 박스 하루치를 사서 귀가할 정도”라며 감독 본인도 엄청난 커피 사랑을 인정했다. 커피향 물씬 나는 김 감독의 용병술이 호투하던 SK 와이번스 선발 윤희상(27)을 제대로 흔들었다.
두산은 26일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SK와의 경기서 5회 타자일순으로 4득점하며 막판 상대 추격을 뿌리치고 4-2로 승리하며 시즌 전적 8승 1무 4패를 기록, 롯데와 함께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특히 이날 5회 두산의 득점 장면은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기대했던 바가 모두 맞아 떨어진 순간이라 더욱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2번 타순에 최근 2번 타자로 출장하던 유격수 손시헌(32) 대신 우익수 정수빈(22)을 배치했다. 7번 타자 3루수 자리에 수비가 좋은 이원석(26)을 배치했고 신예 허경민(22)을 9번 타자 2루수로 놓았다. 원정경기서 공격 지향형 타순을 짜던 김 감독이 약간의 변화를 줬다.

시즌 초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수빈의 타격감을 믿고 있는 것인지 묻자 김 감독은 “작전 구사를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뒤를 이은 김 감독의 이야기는 5회 4득점 복선과도 같은 내용이었다.
“사실 이원석의 타격감은 좋은 편이 아니다. 이원석이 공격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양의지가 6번 타순에서 타점 기회를 맞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2번 타자에서 8번 타자로 후위 배치되었으나 손시헌의 현재 타격감이 괜찮고 허경민도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재치를 지니고 있다. 이종욱이야 우리 부동의 톱타자고 정수빈은 작전 구사를 위해 2번 타순에 배치했다”.
‘손시헌이 하위타선의 테이블세터 노릇을 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감독은 “그렇다”라며 빙긋 웃었다. 결과적으로 손시헌은 하위타선 테이블세터 역할을 잘했다. 아니 선제 결승 솔로포를 때려냈으니 밥상 차리는 테이블세터를 넘어 자신이 진수성찬을 차리고 맛있게 섭취하는 ‘엄친아 독신남’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봐야겠다.
손시헌의 솔로포에 이어 허경민은 과감한 푸시 번트를 시도, 불규칙 바운드가 되는 행운을 안으며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뒤를 이은 이종욱은 경기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급격히 흘러가며 상대 선발 윤희상이 동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초구를 우전 안타로 연결,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정수빈의 초구 2루 땅볼 때 허경민이 득점한 뒤 김현수가 초구를 공략해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단숨에 3-0이 되었다. 무조건적인 초구 공략이 아니라 경기 분위기를 파악, 융통성 있고 빠르게 급물살을 틔운 타자들의 수훈이 눈부셨던 순간이다.
김동주의 볼넷, 최준석의 1타점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양의지의 볼넷까지 이어지며 김 감독의 전략은 웬만큼 적중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다’라던 이원석이 2루 병살로 물러나기는 했으나 이 또한 김 감독의 염두에 있던 것이다. 대신 이원석은 좋은 3루 수비를 갖춘 선수다. 8회 계투 투입에 있어 서동환의 제구난으로 아쉬움이 있기는 했으나 김 감독의 타순 구축은 5회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과 현재 상태를 잘 파악했고 타자들도 경기 분위기를 제대로 알고 과감한 타격을 펼쳤다. 감독 선임 이전부터 선수들의 신뢰가 대단했던 김 감독. '커피 마니아' 김 감독의 맞춤형 전략은 선수들을 펄펄 날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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