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감독은 ‘하위타선의 테이블세터’ 노릇을 기대했다. 그리고 그는 제2의 테이블세터를 넘어 자신이 밥상을 차리고 이를 제대로 섭취하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가 손시헌의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SK 와이번스전 4연승 가도를 달리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두산은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SK전서 4회 손시헌의 선제 결승포와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8승 1무 4패(26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2연승 및 지난해 9월 3일부터 이어진 SK전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에 패한 롯데와 공동 선두로 오르는 기염까지 토한 두산이다.
반면 시즌 개막과 함께 선두로 스타트를 끊었던 SK는 최근 4연패로 주저앉으며 7승 6패를 기록했다.

3회말 SK는 1사 후 임훈의 우익선상 2루타로 득점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정근우의 2루수 땅볼과 김강민의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리지 못했다. 4회초 두산도 김동주의 우전 안타와 최준석의 우중간 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잡았으나 양의지와 이원석의 연속 외야 뜬공으로 주자 홈 인도에 실패했다.
4회말 SK 공격. SK는 2사 후 박정권의 볼넷 출루에 이은 조인성의 우익수 방면 안타로 1,3루 찬스를 잡았다. 이호준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루가 된 순간. 최윤석이 당겨친 타구는 높이 솟았으나 더 뻗지 못하며 좌익수 김현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위기를 넘긴 두산은 5회초 곧바로 선취점을 올렸다. 선두타자 손시헌이 윤희상의 6구 째 직구(143km)를 그대로 당겨쳤고 이는 좌측 폴대 밑 담장을 맞고 넘어가는 선제 솔로포로 이어졌다. 여기에 뒤를 이은 허경민까지 푸시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손시헌-허경민이 끌어올린 분위기에 이종욱의 우전 안타까지 나오며 무사 1,3루로 두산의 추가점 찬스가 이어졌다.
정수빈의 타구는 2루 땅볼로 이어졌으나 그 사이 허경민이 홈을 파고들며 2-0이 되었다. 김현수까지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두산은 단숨에 3-0으로 앞서나갔다. 당황한 SK는 선발 윤희상을 내리고 전날(25일) 선발로 예고되었던 신인 사이드암 임치영을 투입했다. 그러나 임치영의 폭투로 김현수가 3루 진루한 뒤 김동주의 볼넷에 이은 최준석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두산의 4득점 째가 나왔다.
타선의 집중력 발휘 덕분에 마운드의 니퍼트도 맹활약을 펼치며 SK 타선을 틀어막았다. 포심 패스트볼 대신 직구 변종 구종과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노련한 투구가 돋보였다. SK의 기회는 니퍼트가 물러난 후 찾아왔다.
바뀐 투수 서동환의 제구난조로 만든 8회말 무사 만루 찬스. 박정권이 좌완 이혜천에게 삼진당했으나 조인성의 유격수 방면 타구 때 유격수 손시헌이 이를 잡지 못하며 김강민이 홈을 밟았다. 1-4로 SK가 추격권에 진입한 순간. 여기에 이호준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하며 2-4까지 점수 차가 좁혀졌다.
뒤를 이은 노경은은 대타 박재상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뒤를 이은 임훈을 한가운데 슬라이더(133km)로 헛스윙 삼진처리하며 위기를 막아냈다. 두산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SK에게는 더없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두산 선발 니퍼트는 7이닝 3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4개) 무실점으로 뛰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3승(1패)째를 따냈다. 결승포 주인공 손시헌은 4타석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김진욱 감독이 경기 전 기대했던 ‘하위타선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마무리 스캇 프록터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4세이브 째를 올렸다. 다만 계투진의 닥터 K로 활약하던 서동환이 제구 난조로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반면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SK 선발 윤희상은 5회 급격히 무너지며 4⅓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시즌 2패(2승)째를 떠안고 말았다. 지난 24일 1안타 1득점 빈공으로 무릎 꿇었던 SK 타선은 이틀 후에도 결정력 부족 현상에 허덕이며 4연패 늪에서 팀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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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