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비가 돌아왔다. 2007년 ‘유혹의 소나타’로 가요계를 호령하고 또 그만큼 다양한 고난도 겪어야 했던 그는, 두 번의 큰 공백을 거치며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는 ‘모든 걸 내려놓은’ 마음 가짐으로 담담하게 컴백 무대에 섰다.
한때는 연예계에 염증도 느꼈지만, 다시 돌아오니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떨리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 그 하나만으로 어렵게 용기를 냈다.
27일 발표한 신곡 ‘찢긴 가슴’은 ‘아프다, 정말 아프다’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발라드곡으로, 그 누구보다 아팠을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백하다.

최근 기자와 만난 아이비는 “모든 욕심을 내려놨다. 이렇게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정말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생긴 많은 오해들은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모두 끌어안고, 진심을 다하면 대중도 언젠가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오랜만의 컴백이다. 2년3개월만인데, 소감이 어떤가.
- 사실 내 컴백은 가망성이 없어보였다. 전소속사와 소송에 돌입하면서, 다시 노래 부를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앨범도 나오고 인터뷰를 한다는 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기적 같은 일이다.
지난 ‘터치 미’ 때는 소속사와 방송사간 문제가 겹치면서 활동도 많이 하지 못했다.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 댄스곡으로 컴백했는데 SBS '인기가요' 무대에 딱 한번 섰다. 자존심도 엄청 상하고 내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에 억울한 면도 있고 답답하고 그랬다. 그래도 그 덕분에 이렇게 수월하게 컴백하고 활동하는 것 자체도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2005년에 데뷔했으니까 7년이 흐른 건데, 사실 활동 기간은 2년도 안된다. 아직도 연예인 보면 설레고, 방송국 가면 견학 간 것처럼 좋다.

그동안 여러 굴곡을 겪으면서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다.
- 20살 때부터 4년 연습하고 24살에 데뷔했다. 사회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 대학 생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린아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 난 진짜 단순하게 사는 편이었는데, 여러 사건 이후로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스타로서의 자질이 많이 부족했는지 깨달았다. 사건이 있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크게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가수 아이비와 인간 박은혜를 잘 분리 못했던 거 같은데, 이후 공백기를 가지며 평범한 여자로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가수의 삶 말고도 나는 박은혜로서 그냥 행복할 수 있구나 라며 내면의 행복을 찾았다.
사실 커리어만 생각하면 나는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데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우니 우울감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중은 여전히 아이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어떤 편견이 가장 억울한가.
- 남자 없으면 못 살 거 같은 이미지가 너무 싫었다.(웃음) 남자를 막 이용할 것 같고.(웃음) 그런데 아무리 해명해봐야 100 프로 해결되진 않을 거다. 그런 이미지도 내가 짊어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되게 억울했고 답답했지만 이제 겸손하게 나를 낮추게 됐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악플들을 보며 술 먹고 한참 울기도 많이 했다.
27일 KBS ‘뮤직뱅크’로 첫 생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미리 녹화했는데, 청심환도 먹었는데도 너무 떨었다. 유희열 선배님 눈도 못 보겠더라. 음정도 좀 불안했다. 진짜 신인이 된 기분이다.
데뷔 당시 실력파 섹시 가수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금 실력은 그때보다 많이 향상된 것 같나.
- 2007년 이후 활동을 쭉 했으면 더 잘했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다. 하지만 2007년 사건 이후 노래를 한참 안하다 ‘터치 미’로 컴백했다. 그동안 티비도 보기 싫어서 속세와 차단돼 있었고, 노래도 싫어졌었다. 내 상처 위주로 생각을 많이 해서 음악에 대한 열정도 많이 떨어졌었다. 성대도 계속 써줘야되는 건데. 지금은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백한 이유는 뭘까.
- 무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무대 서는 것 말고는 다 스트레스다. 무대에 서는 즐거움이 그 모든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가수들이 무대 위에 있는 걸 보면 정말 부러웠고,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이 있었다. 무대에 중독되는, 마약 같은 힘이 있다.
특히 MBC ‘나는 가수다’를 인상 깊게 봤다. 노래라는 게, 정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거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번 활동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 역시 아이비 라는 말을 듣고 싶다. 여자분들이 내 발라드를 노래방에서 많이 부르신다던데, 여자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블로그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처음엔 내가 워낙 활동을 못하니까 팬분들이 날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시작했다. 요즘에는 내 일상도 공유하고 많은 팬들과 만나니까 내 활력소가 됐다.
악플도 다 차단해놨다. 사실 욕을 차단하려면 내가 해당 욕을 지정해야 된다. 그래서 세상에 있는 욕을 다 써봤다.(웃음)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로, 정말 행복한 공간이다.
예전에는 온라인에 올린 글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 그때는 개인적으로 억울한 면이 있어서, 내 위주로, 내 상처 위주로 글을 썼다. 그게 큰 파장이 있을 거라고 자각하지 못했다. 한번 된통 한번 당해보니 말 한마디도 잘해야겠다는 생각한다.
다음 컴백에서는 댄스곡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방향성은 정해졌나.
-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표정으로 노래를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빠른 곡보다는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미디엄 템포곡을 해보고 싶다. 1집때로의 회귀인 셈이다. 연기를 할 수 있는 노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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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