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의 중심 중에서도 중심, 4번타자의 타율이 1할대다. 그런데도 팀은 웃고 감독은 믿는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6)는 지난 26일 기준 시즌 타율 1할7푼8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아 스스로도 고민이 많다.
그러나 박병호는 지난해 7월말 트레이드 후부터 간단한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위해 10월 5일 엔트리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거의 매 경기에 꾸준하게 4번타자로 출장했다. 올해 13경기에서도 마찬가지. 그만큼 팀에서는 그를 확실히 믿어주고, 밀어주고 있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을 비롯, 코치진이 믿는 구석은 바로 득점타다. 박병호는 비교적 낮은 타율에도 12타점으로 박석민(27, 삼성)과 함께 전체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득점권 타율 2할6푼7리, 장타율 4할4푼4리, 홈런 3개(공동 4위)로 찬스에 강해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김 감독은 최근 "우리가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건 타율보다는 타점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잘해주고 있다. 타율은 서서히 올라갈 것이다. 4번타자 아닌가. 삼진을 먹더라도 자신있게 휘두르면 된다"며 박병호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그리고 박병호에 대해 코치진이 안심하고 있는 것은 그가 아직 완성형 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겨우내 그의 스윙폼 교정을 지도한 박흥식(50) 타격코치는 "병호는 이제 폼을 막 바꾼 상태다. 한번 굳어진 폼이 바뀌는 것은 힘들다. 우리는 올해보다 2~3년 뒤를 기대하고 있다. 늦어도 3년 안에는 병호가 홈런왕을 다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박병호는 26일 잠실 LG전에서도 팀이 1-6으로 뒤진 8회 무사 1루에서 통쾌한 투런 홈런을 때려내 팀의 9-7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 만루포 이후 7경기 연속 타점을 생산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팀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 후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도 팀이 4번타자라고 믿어주시는 것 같아서 책임감을 더 느꼈다. 팀이 연승을 하고 있는데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8월 넥센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원석에서 벗어나 가공과 성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박병호다. 그가 팀의 믿음과 스스로의 노력 속에 다이아몬드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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