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닝 3자책점.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2010년을 뛰어넘는 페이스로 2012년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3전4기 끝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경기 포함 올 시즌 4경기에서 30이닝을 던지며 피안타 20개를 맞고 볼넷 5개를 허용했을 뿐 탈삼진 38개로 4실점(3자책)밖에 주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0.90.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과 탈삼진에 평균자책점은 17이닝을 던진 두산 임태훈(0.53) 다음이다.
승수만 빼고 보면 2010년 페이스를 능가한다. 2010년은 류현진에게 최고의 해로 기억된다. 2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1점대(1.82) 평균자책점 시즌을 보냈다. 2010년 류현진은 시작부터 좋았다. 개막 후 4경기에서 올해와 마찬가지로 30이닝을 던졌는데 25안타 8볼넷 25탈삼진 9실점(8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은 2.40이었다. 2010년도 수준급 기록이지만 올해는 이를 훨씬 능가한다. 피안타율(0.225→0.182) 9이닝당 볼넷(2.4개→1.5개) 9이닝당 탈삼진(7.5개→11.4개) 등 세부기록도 2010년보다 더 좋다.

지난해 류현진은 왼쪽 등 견갑골 통증으로 데뷔 후 처음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특유의 강속구를 뿌리기 힘들었다. 부상 전 경기였던 6월19일 대전 두산전에서 153km를 던진 후 더 이상 150km 강속구를 뿌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리하지 않고 겨우내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거치며 몸을 만들었다.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최고 148km 강속구를 뿌리며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였다.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부터 150km 강속구를 던졌고, KIA전에서는 최고 151km까지 뿌렸다. 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존 좌우 끝으로 제구가 되니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류현진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강속구가 바탕이 된 피칭이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순조롭게 훈련했다. 몸 상태가 확실하기 때문에 투구수 조절만 잘 해주면 건강하게 풀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류현진의 활약을 자신했다.
또 하나는 컨트롤이다. 2010년 류현진은 9이닝당 볼넷이 2.1개로 데뷔 후 가장 좋았다. 볼넷이 적다는 건 투구수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2010년 류현진의 이닝당 투구수는 14.7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이제 4경기이지만 9이닝당 볼넷이 1.5개로 줄어든 올해 류현진의 이닝당 투구수는 14.5개로 2010년과 비교할 때도 조금 더 낮다.
그렇다고 직구 힘과 제구만으로 승부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서클체인지업에 슬라이더까지 가미하며 상대 타자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14.4%에 불과했던 슬라이더 비율이 올해 17.0%로 증가했다. KIA전에서 슬라이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업그레이드 된 류현진의 모습은 어쩌면 2010년 능가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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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