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뭘요. 아직 시즌 몇 경기나 치렀다고. 꾸준히 잘 해야지요".
매사 겸손하고 성실한 투수. 그러나 마운드에만 오르면 과감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투사'다. 최근 4연패 늪에 빠지며 시즌 첫 위기를 맞은 SK 와이번스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팀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좌완 박희수(29)가 있어 '타격만 살아난다면'이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다.
지난 시즌 39경기 4승 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 SK 마운드의 히트 상품 중 하나로 떠올랐던 박희수는 올 시즌 6경기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0(26일 현재)을 기록하며 더욱 믿음직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의 올 시즌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0.63인데다 피안타율도 8푼 밖에 되지 않는 등 세부 기록까지 '초특급'이다.

대전고-동국대를 거쳐 지난 2006년 입단해 2010시즌까지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박희수는 지난해 스리쿼터에 가깝게 팔 각도를 내리면서 직구 구위가 묵직해지는 재미를 보았다. 여기에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는 궤적이 특이한 투심 패스트볼까지 먹히며 타자 손을 가리지 않고 믿음직하게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1년 전 만해도 2군에서 '제구력은 일품이지만 직구 구속이 아쉬운 선수'라는 평을 받았던 박희수는 올 시즌 초 명실상부한 최고 계투 중 한 명으로 활약 중이다.
타격 침체로 인한 팀의 연패로 고민이 깊은 가운데서도 이만수 감독과 성준 투수코치는 박희수의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감독은 박희수에 대해 묻자 엄지손가락 먼저 내세우며 "현재 우리나라 계투 요원 중에는 최고 아닌가"라는 믿음을 보여줬다.
"직구 구위가 기본적으로 되는 선수니까. 게다가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도 굉장히 좋다. 또한 자기 공이 1군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제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 더욱 좋은 투수가 되고 있다".
성 코치도 이 감독처럼 박희수가 제 구위를 믿고 자신있게 공을 던진다는 점을 높이 샀다. 다만 전력투구 비율이 높은 계투 요원인 만큼 연투 부하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구를 적극적으로 구사해 많은 공을 던지지 않고도 타자를 요리해주길 바랐다. 지난해 타석 당 4.15개의 공을 던졌던 박희수는 올 시즌 타석 당 4.75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다소 많은 공을 던지는 편이다.
"투구수를 좀 더 줄여야 한다. 전지훈련에서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했는데 스트라이크존 외곽 위주 투구를 펼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때로는 좋은 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타석 당 투구 소모도를 줄였으면 한다".
경험을 쌓으며 점차 믿음직한 필승 계투로 자리잡고 있는 박희수. 그러나 그는 "더 열심히 해야지요"라며 여전히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의 기대가 커지고 있음에도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다른 선수들보다 좀 더 일찍 야구장에 도착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경기 전 투수들의 고관절 강화를 위해 놀이 삼아 제기차기로 망중한을 즐기기 전 "개발이라 잘 못하는데"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발을 바삐 움직인 박희수. 마운드 밖에서는 순박하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강인한 투수로 변하는 그의 2012시즌 전망은 분명 밝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