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인 마무리 강화를 위해 택했던 회심의 카드가 무너지고 있다.
LG 김기태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외국인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리즈는 지난 시즌 11승을 기록한 것과 더불어 164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88 퀄리티스타트 16회로 선발투수 주요 부문 10위 안에 자리했었다.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리즈의 기량은 검증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두 자릿수 승과 이닝이팅이 되는 선발투수를 마무리로 돌리는 도박을 감행, 취임사부터 강조했던 후반에 강한 야구를 펼치는 데 집중했다.

현재 리즈는 거의 매번 불안한 모습을 표출하며 김 감독의 결정을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아 허무하게 볼넷을 범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리즈는 지난 13일 KIA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초유의 투구 16개 연속 볼·4번 연속 볼넷을 저지른데 이어 26일 넥센전에서도 3연속 볼넷으로 뼈아픈 역전패를 이끈 장본인이 됐다.
김 감독이 앞으로 리즈와 마무리 자리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리즈가 지금의 모습을 반복한다면 LG는 이번에도 마무리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일단 김 감독이 지금 상황에서 세울 수 있는 대안은 그리 많지 않다.
첫 번째 대안은 리즈를 원래 자리인 선발투수로 복귀시키고 불펜진의 한 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것이다. 리즈는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지 선발투수에 맞게 훈련했다. 바로 선발투수 역할에 적응할 수는 없겠지만 차차 이닝수와 투구수를 늘려간다면 시즌 중반쯤에는 선발투수로서 지난 시즌의 활약을 재현할 수 있다.
리즈는 마무리 투수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등판 준비를 위해 매일 워밍업에 임하는 것”을 꼽았다. 지금껏 한 시즌을 풀로 불펜에서 등판 해본 적이 없는 리즈는 올 시즌 익숙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고 있다. 리즈의 선발 전환이 팀 입장에서도 리즈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불펜진의 누구를 마무리로 돌리느냐다. 우규민, 한희, 유원상 등이 마무리 후보로 거론될 수 있지만 우규민과 한희는 아직 최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두 투수 모두 마무리 투수로 뛰기 위해선 직구 구속이 좀 더 나와야 하고 결정구인 체인지업과 포크볼도 연마가 필요하다. 유원상이 막강한 구위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불펜 경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하기는 힘들다.
봉중근은 이제 막 재활에서 돌아왔고 류택현이나 이상열을 마무리로 돌리기엔 그들에게 가중되는 부담이 클뿐더러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해줄 투수가 줄어든다.

두 번째 대안은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한화가 지난 시즌 데니 바티스타를 영입하면서 불펜진이 안정감을 찾았듯이 LG도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자리를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게 맡길 수 있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현재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엔트리가 풀가동되고 있고 그만큼 빅리그 콜업이 활발한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외국인 투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보통 6월은 지나야 거물급을 찾을 수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충분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지금껏 LG가 마무리 투수로 영입한 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의 결과가 상당히 안 좋았단 점을 돌아볼 때 외국인 마무리 카드의 성패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다.
마지막 대안은 그대로 리즈를 마무리 투수로 끌고 가는 것이다. 리즈의 마무리 투수 전환은 김 감독이 꾀한 첫 번째 카드였다. 그만큼 충분한 고려 끝에 내놓은 결정이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즈가 마무리를 맡지만 블론세이브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블론세이브도 계산에 넣고 시즌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 감독은 “리즈는 7, 8세이브를 올릴 때까지가 고비가 될 것이다. 얼마나 빨리 이 고비를 넘기느냐가 중요하다”며 리즈가 시즌 시작부터 마무리 투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리즈가 다음 등판부터 어떻게든 안정세를 찾고 마무리 투수로서 차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고의 경우다. 그러나 리즈가 갑자기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예상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올 시즌 처음으로 시리즈 전패를 당하고 선두 롯데를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딛은 김 감독이 무슨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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