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가 이번 주 대망의 결승전 만을 남겨두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K'와 MBC '위대한 탄생'의 성공 이후 선보인 'K팝스타'는 서바이벌 오디션 후발주자로서 기존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관심과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매주 새로운 무대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모두 이겨내고 결승에 진출한 두 소녀들(박지민, 이하이)처럼 'K팝스타' 또한 쏟아지던 관심과 우려들을 보란 듯이 씻어내고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이같은 인기 요인에는 치열했던 참가자들의 무대만큼이나 뜨거웠던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경쟁이 있었다. 이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K팝스타'의 독특한 색깔로 여겨지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던 JYP의 박진영, YG의 양현석, SM의 보아, 세 심사위원들의 잊을 수 없는 명 심사평들을 모아봤다.


양현석은 "박진영이 가장 좋아하는 밥은? 공기밥"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박진영은 오디션 내내 "공기와 목소리가 반반 섞여야 한다"는 공기이론을 역설했다. 오죽하면 박진영 본인도 "내 소원이 하다 있다면 방송 중 공기 얘기를 한 번만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
박진영은 백지웅에게 "사이사이 숨을 쉬어서 공기가 풍부하게 곡 전체를 아울렀다", 박제형에게는 "첫 순서로 무대에 서는 분들이 꼭 숨을 안 쉰다. 공기가 돌게 많이 숨을 들이마셨으면 좋겠다", 또 이하이에게는 "공기 양을 컨트롤 했다", "톤이 문제다. 톤에 공기를 섞고, 가끔은 안 섞고, 또 가끔은 볼륨을 섞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아쉬웠다"며 지나치게 공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진영의 공기 지적을 피해간 참가자도 있었다. 박진영은 백아연의 무대를 본 후 "아연 양이 항암 치료를 받을 때 혈관을 꽂을 데가 없어서 가슴에 꽂았다고 하더라"며 "백아연에겐 박지민의 폭발적 고음이 없고 이하이의 매력적 중저음도 없다. 대신 강철로 만든 심장이 있는 것 같다"며 극찬했다. 그는 이어 "할리우드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한국에는 '아연걸'이 있다"는 주옥같은 비유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동시에 모두를 오그라들게 만드는 개성만점 심사평을 남겼다.

오글거리는 심사평으로는 양현석도 뒤지지 않았다. 양현석은 첫 생방송 무대에 선 이하이에게 "왜 이름은 이하이인데 고음을 두려워하시는지"라고 농담을 던져 특유의 썰렁 개그로 이하이의 긴장감을 덜어줬다.
썰렁개그는 반전개그로도 이어졌다.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열창한 백아연에게 양현석은 진지한 목소리로 "도대체 백아연이 모자란 게 뭘까 고민해봤다"고 운을 뗀 뒤, "아연 씨 앞니가 귀엽게 튀어나왔다. 나중에 치아교정만 하면 완벽할 것 같다"고 말해 현장을 발칵 뒤집었다.
그는 또 무대를 음식에 비유하는 심사평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백아연에게 "목소리에 참기름을 발라놓은 느낌이다", 윤현상에게는 "매운 걸 먹고 싶었던 나에게 청양고추 같은 무대였다", 이미쉘에게는 "5성급 호텔의 김치찌개 같다. 맛은 있지만 굳이 가서 먹을 필요는 없다", 박지민에게는 "맛있는 김치 같다. 앞으로 1년 뒤, 2년 뒤가 더 기대된다"라는 등의 음식 비유로 심사평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박진영과 양현석의 독특한 비유법 없이도 돋보이는 심사위원이 보아다. 무엇보다 보아는 어린 시절부터 가수 생활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의 입장에 서서 진심어린 조언을 해 호응을 얻었다.
보아는 'K팝스타' 최연소 참가자인 박지민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들은 후 심사평을 말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보아는 "박지민 양이 16살이죠? 저는 그 나이 때 일본에 혼자 갔었는데"며 울컥했고 "그 때 제일 싫었던 말이 '보아니까'라는 말이었다. '보아니까 괜찮다, 보아니까 항상 잘한다'라는 말이 힘이 되면서도 너무 싫었다. 지민양도 그럴 것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보아의 진심어린 조언은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고, 현역가수라기 보다는 기획사 대표라는 직함이 어울리는 박진영, 양현석과의 차별점을 만들며 선배가수 보아로서의 확실한 심사평 색깔을 드러냈다.
그의 심사평에 대해 양현석은 "현역 가수들이 심사할 때는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해 정확한 평가를 머뭇거리는데 보아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엄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아는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에게는 가차 없이 독설을 날렸다.
보아는 김나윤에게 "생각보다 노래를 되게 못한다. 자꾸 노래에 멋을 부린다", 오태석에게는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너무 바보 같다", 이미쉘에게는 "무대 실력과 노래를 떠나서 이미쉘 양 자체에 굉장히 실망했다. 일주일 전부터 목소리가 안 좋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말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자기 관리도 실력이다"라며 냉정한 심사평을 내놓았다.
이처럼 세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심사평 경쟁을 펼친 이유는 'K팝스타' 프로그램 포맷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로 심사위원 점수 비중이 60%나 되는 것. 이는 '슈퍼스타K' 35%, '위대한 탄생' 50%(멘토 20%+전문평가위원단 30%)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이 같은 평가 방법은 참가자들의 인기에 의존, 반짝 스타를 만들기 보다는 진정한 실력자를 뽑아 한국을 대표하는 K팝스타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진짜 K팝스타 탄생 초읽기에 돌입한 'K팝스타'. 그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될까? 오는 29일 오후 6시에 그 주인공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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