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5월 부진? 참고사항일 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7 12: 40

"우리는 올라가고 있는 팀이다. 지난 2년 간 5월 부진 현상을 겪기는 했으나 그에 얽매이지 않겠다".
지난 2년 간 두산 베어스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월간 승률 5할을 넘지 못하고 후발 주자에게 추격권을 허용하거나 아예 곤두박질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초보 감독으로서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수장. 그러나 감독은 크게 의식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지난 2년 간의 '5월 부진'보다 팀이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두산은 지난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SK전서 4회 손시헌의 선제 결승포와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8승 1무 4패(26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2연승 및 지난해 9월 3일부터 이어진 SK전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같은 시각 삼성에 3-6으로 패한 롯데와 공동 선두로 오르는 기염까지 토한 두산이다.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1위는 지난 2010년 4월 17일 잠실 롯데전 이후 740일 만이다.
경기 전 김 감독은 '5월이 머지 않았다'라는 이야기에 빙긋 웃었다. 지난 2년 간 퓨처스팀 투수코치로 1군의 5월 하락세를 지켜봤던 김 감독인 만큼 그에 대해서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의 웃음이었다.
2010시즌 4월 말까지 17승 1무 7패로 SK에 이어 세 경기 차 2위를 기록하던 두산은 그해 5월 한 달간 11승 13패에 그쳤다. 5월을 마칠 때는 28승 1무 21패로 선두 SK에 5경기 차이 나는 성적을 기록하며 공동 2위. 초반부터 스퍼트를 올린 뒤 추격권을 허용하지 않던 선두 SK에 반해 두산은 당시 4선발 이재우의 팔꿈치 부상, 좌완 선발 이현승(상무)의 어깨 부상 등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며 점차 좌초했다.
그나마 2010년에는 상위권에서 꾸준히 있었으나 지난 시즌 5월은 악몽 그 자체였다. 지난해 4월 말까지 13승 1무 7패로 2위를 달리던 두산은 그해 5월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부상과 마무리 임태훈의 전열 이탈과 함께 7승 1무 17패로 최악의 팀이 되고 말았다. 내우외환이 한꺼번에 겹치며 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바닥까지 가라앉으며 5월 31일 두산의 당시 전적은 20승 2무 24패로 6위에 불과했다. 이후 두산은 시즌 끝까지 4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 2년 간 5월 부진했던 모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팀의 징크스가 아니라 우리가 그저 참고해야 하는 사항일 뿐이다. 우리는 현재 체계를 갖춰가며 올라가는 팀이다".
'올라가는 팀'이라는 김 감독의 이야기대로 두산은 희망요소도 많은 팀이다. 일단 이전까지 약점으로 꼽혔던 선발진에 김선우-더스틴 니퍼트-임태훈-이용찬으로 이어지는 축이 생겼다. 5선발 김승회도 우천 연기 2회로 인해 제 기회를 한 번 밖에 잡지 못했으나 컨디션은 큰 문제가 없다. 경기를 만들 수 있는 기본 환경이 갖춰졌다.
또한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2루수 오재원이나 주축 계투 정재훈의 복귀를 점칠 수 있는 5월이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재활에 힘을 기울였던 우완 선발 후보 김상현도 본격적인 전열 가세를 기다리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오버페이스로 고전했던 좌완 원포인트릴리프 김창훈이나 좋은 구위를 지닌 우완 홍상삼도 1군 복귀 시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2년 간 두산의 장벽이 되던 '김성근호' SK에 밀리며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허탈감을 느꼈던 5월이다. 그에 반해 현재 두산은 수장이 바뀐 SK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자신감도 부쩍 높아졌다. 쐐기점이 나오지 않아 고전하기도 했으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뚝심을 바탕으로 한 2연승이라 선수단 분위기도 굉장히 좋아졌다.
'5월 부진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김 감독의 이야기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라는 막연한 이야기가 '되풀이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2012년 5월은 두산에게 도약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잔인한 달'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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