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가 발견한 네 번째 디자이너 임제윤의 안목은 '벼룩시장'에서부터 왔다.
어릴 적부터 벼룩시장에서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많은 옷들을 눈으로 보고 입어볼 수 있었다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어서 이것저것 계속해서 옷을 입어봤어요. 질릴 법도 했지만 질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계속 생각했어요. 어떤 옷이 나한테 잘 어울릴지.“

고등학교 졸업 후 임제윤은 세계3대 패션스쿨에 손꼽히는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꾸준히 노력했고 무사히 졸업했다.
4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마친 임제윤은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자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에 도전장을 냈다.
“항상 제 실력이 궁금했어요. 물론, 학교에서 제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해주었지만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제가 디자인한 옷을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였어요. 그래서 도전했어요.”

▲ 차도녀에서 여린 감성의 소유자로..
얼른 보기에는 '차가운 도시 여자(차도녀)'의 이미지가 강한 임제윤이었지만, 내면은 절대 그렇지 않다.
철물점에서 구입한 재료로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창의적 의상을 제작하는 미션, ‘프런코4’ 제5회에서 임제윤은 차도녀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시크하고 도도한 여성의 표본일 것만 같았던 임제윤의 뜨거운 눈물은 그 동안 날카롭게만 그려졌던 이미지를 한 방에 날릴 수 있었던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제 의상을 입은 모델이 고통스러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결국 눈물까지 보이는데 정말 탈락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어요. '내가 옷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피해를 줘야 하나?' 하고요.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모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일상생활 속 임제윤 디자이너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일단 친해지면 '전부 내주는' 스타일이다.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친한 친구들 대하는 것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거랑은 조금 달라요. 친한 친구들에게는 아낌없이 다 내줄 정도로 잘 지내는데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뭐랄까. 저도 모르게 선을 긋는 것 같아요.”
▲ “누구에게나 맞는 맞춤복을 만들고 싶어요”
임제윤은 여성복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브랜드명은 Lim(林수풀림) Alaforet(숲). ‘숲에 숲이 있다’라는 오묘한 뜻을 담고 있다.
“저는 허황된 옷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욕심 같지만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옷을 디자인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자신을 꾸미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멋진 옷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꿈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임제윤은 여름 전시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시회 콘셉트는 ‘인디언 야구단’.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인디언 야구단?
“제가 전부터 인디언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지만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들을 동경했었죠. 그중에서도 저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콘셉트가 인디언 야구단이에요. 야구단은 고전적인 인디언의 느낌을 모던하게 풀기위해 접목 시켰죠.”
임제윤은 인터뷰 도중 자신을 방랑자에 비유하곤 했다. 방랑자. 사전적 의미로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임제윤은 자신의 지표가 확실한 자유로운 영혼의 방랑자 같았다.

▲임제윤이 뽑은 베스트 & 워스트
‘프런코4’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그가 내놓은 작품은 총 다섯 벌이다. 재활용 의상, 원더걸스 의상, 올림픽 선수단 개 폐막식 의상, H사 S/S 컬렉션 의상,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됐던 철물점 재료로 만든 의상. 그중에서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아봤다.
“개인적으로 저는 올림픽 선수단 개 폐막식 의상(트레이닝복)이 가장 좋았어요. 물론 심사위원님들에게 혹평을 들었지만 평소 제가 해보 싶었던 디자인이었어요. 밴드를 써서 입체적인 선을 살리는 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트레이닝복을 좋게 봐주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바로 한상혁 디자이너다. 한상혁 디자이너는 임제윤이 제작한 트레이닝복에 대해서 ‘옷 전체적인 느낌이 좋았다’며 호평한바 있다.
“워스트는 H사 S/S 컬렉션으로 선보였던 의상이에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은 다했지만 제 색깔이 없는 옷이었어요.”
▲ 임제윤에게 사탕이란...
차도녀인 듯하지만 묘하게 엉뚱한 부분도 있다.
임제윤은 첫 회부터 시크한 차림에 사탕을 물고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그 후 방송 중임에도 불구하고 줄곧 막대 사탕을 즐겨 먹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사탕을 먹으면 달콤한 향내가 입안으로 퍼지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왠지 모르게 작업할 때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할 때는 꼭 사탕을 챙겨 먹어요.”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스케치
“이번 S/S 트렌드는 플라워 패턴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거든요. 발랄한 콘셉트부터 페미닌함까지 전부 가능해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플라워 패턴의 옷을 입었을 때 나머지 옷들은 단순한 아이템으로 매치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맵시 있게 옷을 입을 수 있거든요.”
임제윤 디자이너의 어머니는 현재 동양화 화가로 활동 중이다. 어머니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스케치는 S/S트렌드와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더해져 기존 틀에서 벗어난 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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